2024-04-27 06:48 (토)
사건이 주는 의미 되새기는 지혜
사건이 주는 의미 되새기는 지혜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7.13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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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일을 하는데 살기 위한 일이 되레 사람을 죽이는 모순이 참 묘하다.
▲ 류한열 편집부국장
 인생 여행을 하다 어느 시점에 뒤를 돌아보며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 천 길 낭떠러지 앞에서 급히 설 수도 있다. 아니면 끝까지 줄달음치다 인생 종착역에서 저세상으로 순간이동하는 불행을 겪을 지도 모른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묻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여러 번 있다. 그런 일에 너무 민감해도 삶이 쪼그라들고 무감각하면 삶이 뜬구름처럼 흘러간다.

 창원 한 골프연습장에서 40대 여성 납치ㆍ살해사건이 일어난 후 여성들 사이에 외제차를 타고 골프연습장을 가면 안 된다는 괴괴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범인들의 범행 계획은 치밀했다. 이들이 범행 장소에 도착했을 때 외제차를 타고 온 40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돈이 많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한탄은 우리 주위에서 늘 일어난다. 한 달 1백여 만을 받는 비정규직인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헬조선’이나 ‘수저계급론’을 내세우며 분개했다. 우리 사회에 약자가 천대를 받으면 서글픈 공간에 사는 느낌을 받는다. 오직 돈을 목적으로 사람 생명을 쉽게 꺾는 무뢰한을 보면 서글픈 생각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세상은 한 번씩 뒤집어진 후 제자리를 찾으면서 진보한다. 태풍이 거대한 바다에 몰아쳐 위아래 물을 뒤섞어야 생물은 생명력이 강해진다. 보수 정권 9년 후 진보 정권이 들어선 걸 단순한 논리로 보면 여러 가지로 이롭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회의 다른 쪽에 힘을 가해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한쪽으로 치닫던 생각을 추스려 바로 세울 수 있다.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하나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중단됐다. 수조 원이 들어간 공사를 멈추게 하는 힘을 두고 제왕적 힘의 현현에 놀라워한다. 물론 대통령이 힘을 바로 썼다고 박수 치는 사람도 많다.

 요즘 꽤 인기 있는 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가 쓴 ‘인생의 재발견’이 폭풍같이 질주하는 인생을 불러 세우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질문할 거리를 준다. 여러 질문 가운데 두세 가지를 추리면 ‘행복보다는 의미를 추구하라’,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라’ 등 종이에 써 놓고 한 번씩 읽으면 마음에 보약이 될듯하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건은 인생길에서 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이 된다. 인생에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의미를 찾으라고 하면 헷갈릴 수 있다. 행복이 최고라는 등식에 익숙한 우리에게 의미는 별천지에서 찾은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의미를 찾는 삶은 더 진지해질 수 있고 행복까지 얻을지도 모른다.

 이달 초 창원 양덕천 복개구조물 보수공사를 하던 4명이 급류에 휩쓸려 3명이 숨졌다.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은데도 시공사는 작업을 강행했다. 720m 길이의 하천 복개구조물에서 보수보강 공사를 하면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갔다. 양덕천 일대는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물에 잠기는 지역이다. 이날 많은 비가 예보된 상태였는데 그 긴 굴속으로 귀한 생명을 몰아넣은 시공사 관계자는 어떤 사람인지 한숨이 나온다. 사람이 사람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세우는 일은 늘상 있다. 살기 위해 일을 하는데 살기 위한 일이 되레 사람을 죽이는 모순이 참 묘하다.

 현실엔 진실이 있을까? 진실이 가장 큰 힘이 될까? 진실에 회의를 품은 사람이 많다. ‘진실은 없고 상황만 있을 뿐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문에서 읽는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순진하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신문과 방송을 읽고 들을 때 색안경을 끼거나, 귀를 반쯤 닫아야 말려들지 않는다. 현대인은 진실과 진실 사이에서 헤맨다. 진실의 뿌리는 땅속 깊이 파묻혔고,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를 보고 진실이라고 강변하는 모양새다.

 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보면서 의미를 새기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가 삶에서 필요하다. 쪼그라들지 않고 뜬구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실보다 상황을 더 믿는 사회에서 진실은 맥을 못 춘다. 하지만 사건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이 있는 한 진실의 뿌리는 마르지 않는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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