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55 (일)
살인범 검거 제보자 공개 빈축
살인범 검거 제보자 공개 빈축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7.09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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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골프장 신고자 정보 노출로 표적 우려 실효성 보호 장치를
 창원 한 골프연습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ㆍ살해한 뒤 도주한 심천우(31), 강정임(36ㆍ여)이 지난 3일 도주 9일만에 시민 제보로 검거된 가운데 경찰이 제보자가 누군지 짐작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익신고자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신변 노출로 또 다른 범행에 표적이 될 우려가 높아 이들의 신변 보호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물론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9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중랑구 한 모텔에서 모텔 주인 A씨 제보로 심천우와 강정임을 검거했다.

 전날인 2일 A씨는 "장기 투숙한 남녀가 잔금을 남겨둔 채 나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해당 모텔을 찾아 일주일치 숙박료를 미리 냈다. 하지만 5일 만에 퇴실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씨가 경찰에 제보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해당 모텔 객실로 돌아온 이들을 체포했다.

 하지만 경찰이 검거 경위를 밝히는 과정에서 신고 접수 내용을 고스란히 공개한 탓에 신고자 신원이 밝혀졌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공익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돼있지만 경찰이 이를 어긴 것이다.

 A씨는 "내가 신고한 부분을 외부에 공개해도 된다고 경찰에 동의한 적이 없다"면서 "붙잡힌 사람들이 조직폭력배여서 누군가 찾아와 보복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경찰은 수습에 나섰지만 관련 정보가 겉잡을 수 없이 퍼진 뒤였다.

 경찰의 공익신고자 신변 노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일 태국인 여성들을 감금시키고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보도 과정에서 신고자인 태국인 여성 역시 신변이 노출됐다.

 이러한 공익신고자 정보 노출은 경찰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부패신고 이첩 사건 총 1천567건 가운데 내부 신고는 50.8%인 769건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신고한 공익제보자 가운데 익명으로 남은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공익제보자가 소속기관에 신고한 경우는 물론 감독기관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신고하더라도 해당기관으로 이첩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공익제보자의 신분이 노출되면 소속 기관은 공익제보자에게 징계 등의 직접적인 불이익뿐만 아니라 따돌림 등 간접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공익제보자를 압박ㆍ보복한다.

 도내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신고자의 신원을 제대로 보장해 줘야 시민들이 추후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신고할 수 있다"며 "개인 정보를 쉽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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