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폐지, 해당 교육주체 공감 얻어야
외고 폐지, 해당 교육주체 공감 얻어야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7.07.06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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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교육행정부장
 ‘나도 잘한 게 있단 말이야’라고 항변한 우스개가 생각난다. 12ㆍ12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대통령이 신군부 시절 교육개혁조치를 발동, 과외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치적을 풍자한 유머다. 외국어고등학교ㆍ자율형사립고등학교가 사교육을 촉발하고, 특권층 자녀를 위한 학교로 전락했다는 이유 등으로 폐지 논란에 쌓였다. 전 전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해법은 무엇일까.

 자사고는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며 지난 2010년 도입한 학교다.

 기존 자립형 사립고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ㆍ발전시킨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 제3항(자율형 사립고)에 의거해 설립된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고교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된다.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 외고는 특수목적 고등학교 가운데에서도 외국어를 중점적으로 배우는 학교다. 외고는 대부분 사립고이지만, 일부 국공립 고등학교 가운데에도 외고가 있다. 경남에는 외고 2곳이 있다.

 외고ㆍ자사고 폐지는 새정부 공약이다. 정부는 외고ㆍ자사고가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고ㆍ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는 다양성, 특수목적, 수월성 교육이라는 설립 목적은 사라지고 대입에 유리한 입시 명문고 지위만 남았다. 전 세계가 통합교육과 협업, 혁신의 길로 들어선 상황에서 우리만 경쟁적이고 퇴행적인 늪에 빠져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학교는 20년 전 사교육 무풍지대였지만 불공정 입시전형이 자리 잡으면서 초중고 중 가장 높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교가 됐다며 자사고ㆍ외고 등 특권학교 폐지는 매우 절박한 과제라며 폐지를 촉구한다.

 반면, 외고 등 학부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획일적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취지를 상기해야 한다며 당시 문제점이었던 지역간 서열화, 하향 평준화 등 문제점 부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구체적 대안이 미흡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외고, 자사고 폐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해 외고의 경우, 김해지역 중학생 20%, 사회통합전형 20% 등 차상위 계층 자녀를 우선 선발한다. 등록금은 전국 외고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입학 때는 보통 이상의 학생들을 선발하지만,교사가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배운다. 특히 꿈을 심는 성취 목표 프로그램을 학년 별로 시행, 졸업 때는 우수한 학생이 된다. 이렇게 학교 설립 목적에 부응한다.또 김해 외고 학생들은 매년 경남 지역 중학생들을 초청해 학습멘토링,영어토론축제를 개최한다. 영어 디베이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축제를 다녀온 지역 중학생들은 영어 토론식 축제를 통해 많은것을 배웠다고 호응한다.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해서 과거 군사정부에서 했던 방식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학교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고, 대선 공약이었다고 해서 외고와 자사고를 당장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해당 학부모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기존 학교를 폐지하는 문제는 현재 학교 구성원인 학생ㆍ교사ㆍ학부모ㆍ지역사회ㆍ교육청 등 교육주체와 충분한 의견을 나누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촛불 민심을 얻어 정권을 창출한 새 정부는 소수 의견을 가진 집단과도 소통하고, 그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펴야 진정한 민주 정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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