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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왕도 김해의 부활
가야왕도 김해의 부활
  • 정창훈
  • 승인 2017.06.2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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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객원위원
 왕이 살았고 대통령이 살았던 ‘가야 왕도 김해’가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김해시가 2000년 역사의 고장이라는 상징성을 알리기 위해 슬로건을 ‘가야 왕도 김해’로 변경한 데 이어 이를 시각화한 BI(Brand Identity)를 발표했다. 슬로건 변경과 BI 작업은 김해의 역사와 상징을 담아 시민과 관광객 등 누구나 친숙하게 알게 하라는 주문에 따라, 6 가야의 중심이자 국제 무역의 중심지였던 금관가야 김해의 상징성과 도시와 농촌,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동반 성장하는 도시라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붉은 바탕 위에 새겨진 흰색의 ‘가야 왕도’는 500년 가야의 수도였던 김해시의 권위를 나타내고, 굵고 꿈틀거리는 ‘김해’는 김해시의 역동성과 미래를 표현하고 있다. 또 우측 상단 2개의 왕관은 수로왕과 허왕후의 왕관으로 왕가의 품격, 왕과 왕후의 지고지순한 사랑, 영원한 사랑 등을 상징한다.

 김해시와 함안군ㆍ고령군ㆍ경상남도ㆍ경상북도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고령 지산동 고분군 등 대표적 가야 고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김해를 중심으로 한 가야사 복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1천290억 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김해시 허성곤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대성동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허왕후, 장유화상, 가야불교 등 역사문화 자원을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영ㆍ호남 통합을 고민해온 문재인 정부도 영ㆍ호남에 걸쳐 있었던 가야사 연구가 통합의 바탕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더욱 적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배경도 지역통합으로 볼 수 있다.

 가야(伽倻)라는 말은 가라(加羅)에서 온 말이다. 가라는 몽고어의 ‘겨레’와도 통해 동족집단을 가리킨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그것보다는 원래 우리말에서 가라는 산이나 들을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산자락이나 들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보면 될 것이고, 삼국유사에서 나오는 김해의 가라국은 ‘가라(加羅)의 나라’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인도에서 열여섯 살 공주가 석 달간 배를 타고 한반도로 건너와 국왕과 결혼했다는 가야 왕비의 이야기는 국경을 초월한 아름다운 로맨스다. ‘가락국기’에 따르면 허왕옥은 오라버니인 장유화상, 뱃사공 15명이 함께 왔다고 전해진다.

 설화에는 이 두 사람을 누가 소개해줬다는 말은 없다. 다만 기록에 따르면 아유타국에 있을 때 허황옥의 부모가 가락국의 수로와 결혼하라고 한 꿈을 꿨다고 했으며, 그 꿈으로 인해 가야로 오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수로왕은 그런 허황옥이 올 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금관가야는 시조 수로왕이 서기 42년에 나라를 세운 후 532년 구형왕이 신라에 투항할 때까지 10대 490년간 존속했다고 한다. 금관가야는 김해지역에 있던 변한의 구야국이 성장 발전해 서기 300년 무렵 성립된 나라로 철을 매개로 한 대외교역권을 장악하면서 ‘전기 가야’를 주도하게 된다.

 금관가야의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통치자들의 묘역인 대성동 고분군과 왕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봉황대 유적이 있다. 대성동 고분군에서는 길이가 8m 이상인 대형의 덧날 무덤이 조사됐다. 이 무덤들에서는 주인공과 함께 순장자의 대형덩이쇠, 갑옷과 투구, 무기, 각종 말갖춤새 등 다양한 철기와 화로형 토기, 굽다리 접시, 굽다리 손잡이단지, 항아리, 그릇받침 등의 토기가 많이 출토됐다. 이로 볼 때, 무덤의 주인공이 금관가야의 통치자였음을 알 수 있다.

 가야사라고 하면 보통 금관가야, 아라가야, 대가야, 성산가야, 고령가야, 소가야의 이름을 떠올린다. 가야는 대부분 경상도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라도 지역도 상당 기간 장악했다. 5세기 중반 이후 ‘후기 가야’의 새로운 중심 세력으로 떠오른 고령의 대가야는 소백산맥을 넘어 영역을 확장하면서 진안ㆍ장수ㆍ임실ㆍ남원 등 섬진강 유역으로 진출했다. 이는 신라 고구려 백제 등 삼국시대를 가야 시대를 포함하는 사국시대로 재편해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지역거점 문화도시 조성사업에는 부산 영상문화 도시, 경주 역사 문화도시, 광주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전주 전통문화 도시, 공주ㆍ부여 역사문화 도시가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한발 앞선 행정을 펼친 김해시도 문 대통령의 이번 ‘가야사 연구와 복원’ 지시로 역사문화 도시 지정과 가야사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특별히 김해시는 ‘가야건국 2000년, 세계도시 김해’로 나아가기 위해 국제인증 획득 프로젝트인 ‘국제안전도시와 문화예술 분야 유네스코 창의 도시’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기구 인증을 통해 도시브랜드의 신뢰성과 위상을 제고하고, 인증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도시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인증도시 간에는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 실현돼 명실공히 김해평야에서 가야 왕도의 부활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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