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부자와 세금
따뜻한 부자와 세금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6.0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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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수저 색깔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부가 세습되기 때문이다.
부모 잘 만나 금수저를 입에 물고 나와서 “돈도 실력이다”고 외치면 웬만한 사람은 자괴감에 빠진다.
▲ 류한열 편집부국장
 세상을 살면서 돈에 끌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물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는 구절은 성경의 재물관이다. 세상을 향하는 사람은 재물을 이 땅에 쌓아 두지만 하늘에 속한 사람은 재물을 하늘 곳간에 쌓는다는 가르침이다. 해리 포터를 써 억만장자가 된 조앤 K. 롤링은 ‘돈은 매직이다’고 했다. 마법사 해리 포터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만큼 돈은 이 세상에서 엄청난 조화를 부르는 ‘마법사의 돌’과 같다. 돈이 부리는 요술에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심지어 목숨까지 건다. 이 세상에서 돈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말해도 크게 타박할 초인은 없을 듯하다.

 집권 여당에서 내년 1월부터 실시하는 종교인 과세를 다시 2년 유예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의원 30명 이상이 이미 발의안에 동참했다. 성직자를 과세하지 않을 법적 근거는 거의 없고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납세의 의무가 면제되는 건 큰 특권이다. 이 특권을 종교계는 당연하듯이 누려왔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성직자에게 근로소득세를 걷으려 할 때마다 종교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5년 12월에 종교인 과세의 기준을 만든 세법 개정안이 나왔다. 그때 종교계의 눈치를 보며 2년간 유예기간을 추가로 붙였는데 또 미뤄질 조짐을 보인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에는 개인이 국가의 간섭 없이 자신의 신앙에 따라 삶을 살아갈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여기에 앞서 국가는 특정 종교를 이용할 수 없고 특정 종교는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을 수 없다는 더 큰 뜻이 들어 있다. 종교인 과세는 자칫 정교분리를 위배할 공산이 크다. 성직자가 탈법을 했다고 추정하고 국세청이 조사를 하면 정교분리의 거룩한 선을 넘을지도 모른다. 애매모호한 구석을 방치하다 보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대원칙에서 구린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재물을 하늘나라에 쌓는 성직자들이 국가에 세금 내는 데 갈등할 필요가 없지만, 하늘나라 은행에 넣을 돈을 국가에 내는 모양새도 묘하다. 과세를 다시 2년 뒤로 미루게 되면 갈등의 골은 또다시 깊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수저 색깔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부가 세습되기 때문이다. 부모 잘 만나 금수저를 입에 물고 나와서 “돈도 실력이다”고 외치면 웬만한 사람은 자괴감에 빠진다. 왕조 시대 왕권을 물려주듯 부가 대대손손 물려지는 시대는 살맛이 날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회를 균등하게 받을 수 없어 출발부터 뒤처지게 된다. 부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 상속세가 필요하다. 상속세율이 엄청 높아야 세상은 그나마 차별이 줄어든다. 가치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종종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부자다. 사람들은 그를 마음이 따뜻한 부자라고 부른다. 부자가 마음이 따뜻하려면 세금을 줄이는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는 괜찮은 일침이다.

 세금을 제대로 내면 정직한 사람이라고 박수를 받기보다 어리숙한 사람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세금을 내면 꼭 돈을 강제로 뜯기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세금 부과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어 제대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납부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숨기고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있다. 정부 고위직 후보 가운데 세금 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새 정부에서도 세금 문제로 벌써 장관 후보자 낙마설이 나오고 있다.

 예수 시대에도 세금은 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로마 식민통치를 받아 삶이 피폐한 사람들은 로마 정부한테 권한을 받은 세금 징수자(세리)의 손에 놀아났다. 세금 징수자는 세금을 최대한 많이 거둬 일정 부분을 로마에 바치고 나머지를 가졌다. 어떤 학자들은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거뒀다고 주장한다. 민감한 세금 문제로 예수를 고소하기 위해 당시 권력자들은 “세금을 황제에게 내야 하나, 하나님께 내야 하나”라는 교묘한 질문을 한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면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돌아설 것이고 하나님께 내야 한다면 황제의 힘에 맞서는 꼴이 된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예수의 절묘한 답은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바쳐라”였다. 세상에서 돈을 벌면 세금을 내면 되고 세상살이와 상관없이 돈을 벌면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내면 된다. 신앙심이 안 따르면 하나님께 안 내면 된다. 세금 문제가 시대를 넘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모든 사람에게 세금은 유쾌한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금은 숨을 쉬는 동안에 어딜 가도 쫓아다니는 반갑지 않은 친구다.

 종교인 과세는 종교의 자유나 정교분리의 잣대로 해결하기 힘들다. 세금을 죽음의 사자처럼 여기기보다 날개 단 천사처럼 반기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많은 종교인들은 면세점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런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바르지 못하다. 종교인 과세 2년 유예가 이슈화되자 벌써 시민사회단체가 반대에 나섰다.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이 국가한테 특혜를 받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하면 된다. 특혜를 받으면 종교계가 국가에 반대급부를 내놓아야 한다. 결국 정교분리가 꼬이게 된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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