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3:57 (토)
山神靈(산신령)
山神靈(산신령)
  • 송종복
  • 승인 2017.05.31 2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山:산-뫼 神:신-귀신 靈:령-영혼

 산신령은 비와 바람을 창조하는 강우신, 또는 풍산신이라 한다. 이 신은 유목민에게 사냥감을, 인간에게는 자식을 주는 은혜자로 이들에게 제사하는 것을 산제 또는 산신제라 한다.

 산을 수호하는 신령을 산신령이라 한다. 일명, 산령(山靈: 산의 뾰족하게 솟은 머리), 산군(山君: 산 짐승의 왕이란 뜻에서 ‘호랑이’를 지칭), 산기(山祇: 아이를 낳을 기미), 예신(豫神: 임금을 섬기어 벼슬하는 사람), 산마누라(山마누라: 산을 지키고 수호하는 신령) 등으로 부른다. 또 이들을 제사지내는 것을 산신제를 올린다고 한다.

 산신령은 주로 백발에 긴 수염을 가지고 흰옷을 입은 할아버지로 여기며, 거처는 산중이나 꿈속 또는 연못, 옹달샘에 산다고 한다. 전래동화를 보면, 주로 심마니에게 산삼의 장소를 가르쳐 주거나 도끼를 빠뜨린 나무꾼에게 귀금속 도끼를 찾아주거나 한다. 이런 금도끼 은도끼 설화는 한국의 전래동화가 아니라 ‘이솝 우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조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대가야의 시조 이진아시왕의 어머니를 가야산의 산신 정견모주로 돼 있는데, 합천 해인사의 산신각에는 수염이 난 남자 산신의 그림이 있었다. 지금은 여신의 그림으로 바뀌었고 원래 있던 남신의 그림은 따로 보관 중이다. 일본은 산신을 질투가 심한 여신이라고 한다.

 우리는 산신령을 호국의 신으로 모신경우가 많다. 고려 태조 왕건의 외가 쪽 조상이기도 한 성골장군 호경을 송악산신으로 모셨다. 몽골의 침입 때는 산의 소나무가 사람 우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몽골군이 ‘신이 있는 산이다’라며 물러갔다고 한다. 또 고려 혜종의 외가이기도 했던 나주의 금성산은 삼별초를 진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해서 정녕공(定寧公)이란 칭호를 주기도 했다.

 조선은 수도 한양의 사방 산신에게 벼슬[작호]을 내려 한양의 방호를 청했다고 한다. 이때 북악산은 남성으로 진국백(鎭國伯)을, 목멱산은 여성으로 목멱대왕(木覓大王)이란 작호를 주었다. 신도 품격이 있었다. 즉, 산신은 상당신(上堂神)으로, 서낭신ㆍ솟대ㆍ장승은 하당신(下堂神)으로 모셨다.

 고대에는 산은 풍부한 물자를 품고 있으나, 호랑이 등 맹수들의 서식처이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에 산신령이 산을 관리하거나 맹수들을 통제하기에 그를 믿었다고 본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산속에 ‘벙커’도 만들고, 산중으로 ‘터널’도 뚫고, 산도 무너뜨리는 판국에 산신령을 모신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돈키호테형’이 아닐까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