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06 (금)
적을 친구로 만드는 정부
적을 친구로 만드는 정부
  • 김혜란
  • 승인 2017.05.24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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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어떤 사람은 아무리 새 물건이라도 손에 넣기만 하면 빛의 속도로 망가뜨린다. ‘마이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놀림 받는다. 물건의 성질이나 사용법의 특성보다는 자신이 만지고 싶은 데로 다루다가 결국 효율적이지 못한 결과를 내놓는다. 물건과의 관계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속성 내지 상황들은 더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상대방의 개성이나 상황,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그런 것들을 무시한 채로 대한다면 그 관계는 실패의 길을 걷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끝없는 관계의 연속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나아가 사물과 사물의 관계까지 잘 해 나갈 수 있다면 삼라만상의 관계를 온전히 다루는 성인반열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관계들은 쉽지 않다.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거나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상황도 많다. 아예 보지 않아도 될 관계라면 일단 말을 가리고 예의를 차리고 돌아서면 된다. 그러나 늘 보는 가족이거나 자주 봐야 하는 사이라면 심각해진다. 뭔가 더 큰 목소리로 설득하고 싶고, 잘되지 않으면 안타깝고 답답하다. 답이 없는 관계라고 포기할 수도 있지만, 풀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난감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에 비추어 상대방을 이해한다. 자신의 시각과 방법으로 관계 맺으려 한다. 그런 관계가 다 통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자신만의 눈으로 이해하고 대해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상대방의 감정에 비춰서 이해하고 상대방의 눈으로 봐야만 길이라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해관계가 크거나 사안이 중요할수록 더 그렇다. 자신의 시각으로만 이해하려고 애를 쓰다 보면 어느새 참고 견디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즈음에 사람들은 대개 고민한다. 계속 버틸지, 아니면 폭발하고 끝낼지.

 버텨도 좋다. 그런데 고집불통들과 오래 맞서다 보면 자신도 고집이 세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제 3자가 보면 둘 다 똑같은 고집불통에 안하무인이 돼 버린 때가 오는 것이다. 참 어렵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어서 다투는데, 둘 다 똑같은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표현만 조금 다를 뿐인데, 입장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존심 상하지 않으려고 정작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여당 내부와의 관계는 무난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 아직은 논공행상이 남아있겠지만, 비선 실세의 우려를 산 인물들이 스스로 떠나고 있다. 국민과의 관계도 출발이 감동적이다. 그동안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기 위해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지난 정권 속 비뚤어진 관계 개선도 발을 떼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새 정부 인선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됐다. 새 정부의 첫 중요 책무인 정부 각료 인선은 새롭고 파격적이다. 지난 시절보다 한 발 나아가, 후보들의 약점들을 먼저 보여주기도 하고, 여성이나 고졸, 비고시 출신 등, 여당 내부만의 인선이 아니라 이전 정권 출신을 비롯, 차별하지 않는 다양한 인재들을 골라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한 갈등은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은 각각의 우위를 점하려 하거나 자신들의 크고 작은 입장 차이를 내세우며 격론을 벌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과 야당 모두, 관계의 고집불통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관계 속 서로의 입장만으로 맞서는 순간, 한 치도 나아가지 않는 불통의 순간, 반드시 국민의 마음을 떠올렸으면 한다. 국민의 눈과 생각을 의식하는 순간, 고집불통을 딛고 자신들만의 입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완충 공간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친구와 친구 사이의 관계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 적을 친구 같은 관계로 만들어야 할 때다. 적을 친구로 만들지 못하면 새 정부를 비롯한 여당과 야당 모두 또다시 역사의 오점을 남긴 무리로 낙인찍힐 것이다. 나아가 국민을 좌절의 늪으로 다시 빠트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일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새 시대 새 정부와 여당, 야당은 관계의 달인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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