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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성지 본산은 PK다
민주화 성지 본산은 PK다
  • 이태균
  • 승인 2017.03.27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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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최초의 민주화 운동인 3ㆍ15 의거는 이승만 정권의 3ㆍ15 부정선거에 항의해 마산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다. 지난 1960년 이승만 독재 정권은 장기집권 유지를 위해 부정선거를 저질렀으며, 그때 이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마산 시민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의 평화적인 시위가 일어나자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무력을 동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다수의 희생자를 발생시키고 말았다.

 이에 격분한 시위대는 경찰관서와 국회의원 및 경찰서장 자택을 습격하고 이 과정에서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주모자로 구속된 26명은 공산당으로 몰려 혹독한 고문까지 당했는데, 지난 1960년 4월 11일 행방불명됐던 마산 상고생 김주열 군의 시체가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마산 중앙부두 바다에 떠오르자 마침내 온 시민들이 궐기해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게 됐다.

 격렬한 시위로 인해 마산의 공공시설은 다수 파괴됐고 마산시민의 분노에 찬 항의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돼 마침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ㆍ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지금 마산에는 그날을 기리기 위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3ㆍ15 의거탑이 상징적으로 남아있지만 정부와 훗날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마산의 3ㆍ15 의거가 국내 민주화의 효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리는 정신은 부족하다. 마산이 민주화의 국내 최초 성지이면서도 국민과 정치인들이 이를 외면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79년 10월 26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고 김재규 정보부장이 법정에서 진술한 발언과 정치적 신념이나 주장은 보는 각도에 따라 논쟁의 소지가 있어 언급하기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다만 그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를 결심하게 된 바탕에는 부-마 항쟁에서 나타난 민심의 동향을 읽었기 때문임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는 정치와 사회적인 갈등을 빚어오다가 지난 1979년에 한계에 이르고 말았는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 반대운동으로 시작된 1979년은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연행, 체포, 고문과 연금 등 강압책이 잇따른 가운데서도 야당과 재야세력의 저항이 고조돼 유신 정국은 긴장을 더 해 갔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찬아카데미사건’에 이어 ‘YH 무역노조 신민당 당사 농성’이 일어났고, 잇따라 고 김영삼(金泳三) 신민당 총재에 대한 총재직 정지 가처분과 의원직 박탈로 정국은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말았다.

 고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국회의원직 박탈에서 동요하기 시작한 PK의 민심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많았던 부산과 마산에서 대규모 민주화운동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된 것은 사회경제적인 모순과 연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 당시 부산은 신발, 의류, 합판 등 영세한 자본과 낮은 수준의 기술이 결합한 저부가가치 제조업이 많았다. 하필이면 1979년에 들어서자마자 부산지역 경제 상황은 극도로 악화됐으며, 부산지역 부도율은 전국의 2.4배로 서울에 3배에 달했으며, 수출증가율 역시 전국 증가율인 18.4%에 훨씬 못 미치는 10.2%로 하락했었다. 1979년 부-마 항쟁은 이러한 정치, 사회 경제적 모순이 모여 일어난 학생과 시민들의 반정부 민중항쟁이었다.

 특히 부마항쟁은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쌓였던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ㆍ종교 등 각 부문에 걸친 여러 모순의 폭발이었고, 사실상 고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촉진시킨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부마항쟁(부마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민주화운동의 성격이나 지도세력 등 여러 평가들이 있으나 YH 무역노조의 신민당 당사 농성 사건과 함께 유신체제를 아래로부터 붕괴시킨 결정적인 사건으로 평가되는 것에 의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와같이 PK가 엄연하게 우리나라 민주화 성지의 중심지이고 마산이 민주화 성지의 효시임에도 불구하고 야권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호남 특히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이며 중심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5ㆍ18로 인한 광주지역 시민들의 큰 희생과 민주화에 기여가 컸음을 부인할 의도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이자 중심은 마산과 부산으로 PK라는 사실은 왜곡하지 말았으면 한다. 다가오는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혈전을 벌이는 가운데 마치 광주가 민주화 중심지이며 성지라고 부추기는 것은 우리의 현대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역사적 사실마저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 국민과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임을 자성하기 바란다.

 그리고 PK 지자체 단체장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지도자, 사회 저명인사와 PK 주민들이 민주화의 성지가 도용당하고 있음을 통감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PK가 핫바지인가. 민주화의 성지가 도용당하고 있음에도 이를 시정하려는 의지와 노력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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