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0:13 (토)
국민통합 절실한 새 대통령
국민통합 절실한 새 대통령
  • 이태균
  • 승인 2017.03.14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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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국정이 헛돌기 시작한 것이 벌써 반년이 흘렀다. 그동안 국내정치는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돼 전면 투쟁 모드였으며 경제는 내리막길로 치달아도 손쓸 여유가 없었다. 바깥을 바라보면 미국 트럼프 정권의 탄생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테러, 미ㆍ중의 대립 등으로 동북아 안보 환경도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적 난제가 쌓여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오로지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10일부로 파면당해 청와대를 떠나게 했다.

 보수 여당이 침몰하는 틈을 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외교ㆍ안보 부처 고위직 출신들이 주축인 한반도평화포럼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ㆍ외교ㆍ안보 관료들이 지금 즉시 모든 정책집행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며 “각 부처 공무원들도 더 이상 부역 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당부한다”고 부언했다. 야당 대선주자와 각 대표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의 손발도 묶어놓고 자신들만 대선 레이스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궤변론으로 일갈하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직무정지 후 내각을 원만하게 통할하면서 국정을 잘 리드하고 있다는 것은 여ㆍ야를 떠나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에게 헌법상 주어진 대통령 권한대행을 정당하게 수행하는 것도 못마땅해 마치 자신들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할 점령군이라도 된 듯 총리탄핵을 들먹이며 엄포까지 놓고 있다. 헌법수호를 잘하지 못했다고 박 전 대통령을 몰아내면서 헌법수호를 잘 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에게 협조는 못 할망정 궤변적인 횡포를 부리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어차피 야당의 주장대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뤄졌고 대통령은 파면당했으니 약 50여 일 후면 차기 19대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보수 쪽은 박근혜ㆍ최순실 사태로 넋을 놓고 있으면서도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론조사 독주의 시세(時勢)를 과신한 문씨가 그의 대북ㆍ대미ㆍ대일ㆍ대중 정책을 극단으로 밀고 가면서 적폐청산을 소리 높혀 부르짖고 있어 보수층을 불안하고 두렵게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되면 북한부터 가겠다”로 대표되는 문씨의 안보ㆍ외교 정책은 적어도 보수ㆍ중도층에는 기존의 것들을 뒤엎는 혁명과 유사하다. 이것은 단순한 정권의 교체보다는 새로운 정권의 창출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수 성향의 국민은 그것만은 막아야겠다는 것이고 ‘태극기 집회’는 그런 의사의 발로에서 시작된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다 뜻대로 안 된 것”이라고 했다가 지지층에게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필자도 박 대통령이 전체적으로는 잘해보려고 애썼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사로운 인연을 끊지 못해 생각대로 잘 안 되고 말았지만, 대통령의 진정한 선의(善意)마저도 부정하는 것은 부정하는 사람의 속내를 보여주는 것으로 과연 이러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이 한 것은 선의요 남이 하는 것은 악으로 이중적인 잣대로 편 가르기를 할 것이 뻔하다.

 서울의 최중심지인 광화문과 시청광장에서 우리가 마음 놓고 촛불과 태극기 집회를 할 수 있는 것은 굳건한 한ㆍ미 동맹의 안보력이 뒷받침된 증표다. 그런데 야당은 사드 배치문제도 확실하게 단일화된 정책이 없다. 당장 미군이 없어지면 북ㆍ중ㆍ러ㆍ일 사이에 낀 우리나라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ㆍ미 동맹에 대한 공격도 이제는 우리끼리 물고 뜯는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끼리 물고 뜯기에 치중하다 보면 굳건한 한ㆍ미 동맹도 언젠가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휴전선으로부터 불과 60㎞ 떨어진 서울 광화문에서 포탄 맞을 걱정을 하지 않고 시위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강력한 한ㆍ미 동맹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임을 야당과 일부 국민들이 망각한 것은 아닌가.

 19대 대통령은 우선 양분된 국론과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또다시 편을 가르겠다는 발상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후 기존의 정책과 사람들은 낡고 병든 것이라 쓰레기 취급을 하면서 청소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역대와 같이 그 이전 대통령의 치적부터 흠집 내기를 시작해 자신과의 차별화로 권력과 권한을 독식하기 위해 집행해도 좋은 기존의 정책과 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까지도 깡그리 채 잘못된 것으로 멍에를 씌우고 말 것이다. 언제 우리는 이러한 타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기에 5월 초에 선출될 새 대통령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원만한 인품과 보편 타당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갈라진 국론과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냉철한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통령은 인기투표로 뽑는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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