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무엇보다 재미가 작품 활동의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올해로 나이 일흔을 맞은 시은 선생은 말과 눈빛에 에너지가 넘쳤다. 20년 전 서예와 인연을 맺었다는 그. 오는 4일까지 진행되는 그의 고희전은 대성동에 위치한 김해예총 갤러리 제1ㆍ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되는 작품은 모두 61점이다.
그는 “무엇이든 자기와 적성에 맞아야 오래 할 수 있다. 서예가 너무 좋아 미쳐서 살았다”며 서예 사랑을 강조했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서예에 푹 빠져 있는 그가 행복해 보이는 건 그만큼 서예에 대한 사랑이 큰 때문이다. 좋은 선생을 만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천릿길도 한걸음으로 달려갔다는 그의 말속에서 서예에 대한 애착과 노력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학정 이돈흥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으러 광주로 향했습니다. 2년간 일주일에 한 번 버스를 6번 갈아타며 김해, 창원, 광주 코스를 왕복했죠.”
나이를 잊은 배움의 열정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또 그는 “학정 이돈흥 선생 외에도 범지 박정식ㆍ반석 김준오ㆍ경암 김효구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며 “특히 15년 전에 연을 맺은 범지 선생님과의 연은 아직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실을 둘러보던 중 대작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천자문을 옮긴 이 작품에 대해 그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큰 종이 한 장에 200자씩 총 5장으로 연결해 만들었다”고 했다.
공모전과 회원전에 전시했던 작품을 포함, 20년 붓길 인생을 모두 담은 그의 고희전 방문은 기품있게 나이 드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지 다시 깨닫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