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 요리의 원조 격인 마산은 주로 건 아귀로 요리를 한다. 아귀를 말려 찜을 만든 게 그 시초. 신선 해산물을 즐기는 부산으로 건너와 생 아귀찜으로 진화했다. 기술이 좋아진 덕에 심해에 있는 아귀를 그대로 수조에 옮겨 살아있는 아귀 요리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단연 건 아귀, 생 아귀보다 활 아귀로 하는 요리가 일품이다.
이런 살아있는 아귀로 만든 요리를 김해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2일 낮에 ‘선주의 살아있는 활아구’ 집을 찾았다. 가게는 구산동 연지공원역 앞 해반천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허선주 사장은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아귀일 수록 맛있다”며 “저희 가게는 울산과 기장의 깊은 바다에서 잡은 아귀를 들여온다”고 밝혔다.
가게는 지난 6월 22일 오픈했다. ‘선주의 살아있는 활아구’ 집은 문을 연 지 5개월 정도 지났지만, 2만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은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녀간 이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지역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선한 활 아귀는 뼈에서 살을 발라 먹기도 쉬워요.”
허 사장의 말처럼 살을 발라 먹기 힘든 냉동 아귀나 생 아귀 요리에 비해 활 아귀는 손쉽게 먹을 수 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식감은 남녀노소가 즐기기에 그만이다.가게 메뉴는 수육ㆍ찜ㆍ탕 3가지뿐이다. 허 사장은 단출한 메뉴를 소개하며 “신선한 활 아귀 외의 메뉴는 애초에 넣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육은 아귀와 궁합이 잘 맞는 콩나물, 미나리, 파와 어우러져 나왔다. 첫입에는 쫄깃함을 느낄 수 있고 먹다 보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뒷맛이 입을 사로잡았다. 귀한 애(아귀 간)가 들어간 탕과 아귀 위도 수육과 함께 나온다.
찜은 천연재료로 만든 양념이 들어가 매콤함과 쫄깃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허 사장은 “활 아귀찜에는 애를 같이 넣어서 물이 안 생긴다”며 “물이 많이 나오면 찜 특유의 깊은 맛이 덜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찜을 다 먹은 후에는 기호에 따라 양념에 사리를 넣어 쫄면도 맛볼 수 있다. 메뉴판에 쫄면 사리 가격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인심 좋은 허 사장은 “단골에게 조금씩 서비스로 내놓는다”고 했다.활 아귀탕에 대한 질문에 허 사장은 “신선해 비리지 않고 7가지 재료로 육수를 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 아귀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허 사장은 “특히 입 부위를 추천해 드린다”라며 “콜라겐이 풍부해 쫄깃한 맛과 건강도 같이 챙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허 사장은 “이곳이 김해에서 처음 오픈한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곳에 이어 삼계, 어방, 장유에도 활 아귀 가게가 들어섰으며 김해지역에 몇 곳이 더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인 활 아귀 요리 많이 드시러 오세요.”
아귀는 여름에는 잘 잡히지 않아 먹고 싶어도 먹기가 쉽지 않다. 아귀가 이제 본격적인 제철을 맞고 있다. 수족관의 아귀들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것이 이를 증명한다.“우연히 기장에 들렀다가 활 아귀 가게에서 수육을 먹었는데, 그 맛에 반해 가게를 개점하게 됐다”는 허 사장.
그 날 이후 허 사장과 아귀와의 인연이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가게 영업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저녁 10시까지다. 포장도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30년 전만 해도 아귀는 그 생김새나 쓰임새가 거의 없어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천대를 받다가 어부들이 선술집에 잡은 아귀로 술안주로라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며 대중적인 음식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활 아귀를 재료로 하는 메뉴는 대중적인 음식을 넘어 점점 고급화되는 추세다.
사실 허 사장의 말처럼 아귀는 생김새와 달리 효능 면에서는 팔방미인이다. 아귀에 함유된 DHA 성분은 성장하는 아이와 공부하는 학생들의 두뇌발달에 좋다. 기자가 찾은 이 날도 아이들과 함께 가게를 찾은 손님이 더러 눈에 띄었다. 또 비타민A가 풍부해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며 질병의 저항력을 키워준다. 혈압을 저하하는 효과도 있어서 고혈압 환자에게 제격이다. 아귀는 숙취 해소에도 뛰어나 음주 후에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특히 회식자리가 많아지는 요즘 연말 모임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 활 아귀 요리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