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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의 꿈이 이뤄지는 이상한 나라
단 한 사람의 꿈이 이뤄지는 이상한 나라
  • 원종하
  • 승인 2016.11.02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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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지난주에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권한이 없는 일개 개인이 정권의 주인인 양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정농단과 이권을 챙기는 천인공노할 행위가 온 천하에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인가”하는 자조 섞인 탄식이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과 회의감, 무력감이 엄습하고 있다.

 정권의 퇴진과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외치는 성난 민중의 목소리가 지난 주말 서울의 하늘에 울려 퍼진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설문뿐만 아니라 인사와 정책, 교육, 문화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정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 누가 중간에서 개입한 것이든 이 일의 시작과 끝은 어디이고 또 누구인지 국민은 다 알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 의혹들은 사실로 밝혀지고, 실망을 넘어 분노케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전략이나 책략이 필요 없다. 백약이 무효다. 최고의 국면전환은 사실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는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전횡해온 내용들에 대한 이실직고(以實直告)가 선행돼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 모두를 덜 부끄럽게 하는 것이다. 도망가고 부인하고, 소위 빽 있는 사람을 동원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백배사죄(百拜謝罪)를 하는 진심 어린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행복한 국가, 누구나 행복해지는 국가가 아니라 유일한 단 한 사람만이 행복한 이상한 국가로 변해가는 듯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의 동화처럼 한 사람을 속일 수는 있지만 만인을 속일 수는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인생 만사가 사필귀정으로 흘러가게 돼 있으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4.19와 6.29선언에서 봤듯이 정치인이 정치인답지 못하고, 국가가 국가임을 망각할 때, 우리국민들은 하나 된 마음으로 거리로 뛰어나와 잘못된 현실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은 경험이 있다. 봄과 여름을 지나 이제는 이 가을에 대한민국의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민심이 시국선언과 촛불시위를 통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제때에 정리할 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악순환은 반복된다. 경제가 발전했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에 맞는 성숙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인간이 갖는 최소한의 품격이 함께 따라야 한다. 정치의 성숙은 정치지도자의 품격이 올라갈 때 가능하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으로 애국하는 길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한사람만을 위한 조직은 결국 나라를 위기에 처하게 하고, 국민의 생활을 도탄으로 빠지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좋은 지도자란 그 누구와도 어울리고 대화할 수 있는 소양과 능력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누가 대신 써준 원고를 대독하는 혼이 없는 사람이 아닌,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지도자이다. 의리(義理)나 배신을 강조하는 무리의 지도자가 아니라 의(義)를 추구하는 의인(義人) 한 사람이 필요하다. 의리는 사람으로 마땅히 지녀야 할 도리 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이다. 그러나 의리를 지켜야 할 때 지켜야지, 옳지 않은 일을 자행하는데도 그것을 눈감아주거나, 모른 체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의리가 아니다. 특히 나라 일을 하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부터 의리가 아니라 의를 지키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끼리를 크게 외치는 곳일수록 결국 부패와 부정이 쉽게 자리 잡게 되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그냥 무감각해지기 일쑤다.

 지금처럼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애착심과 긍지를 가지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헬 조선을 외치고 국민들이 힘들다고 외쳤는가? 들어야 될 국민들의 소리에는 귀담아듣지 않고, 신 5적(賊)과 같은 간사한 사람들의 장막 속에 가려 마이웨이를 고수하며 귀중한 시간을 다 보내더니 이제 끝에 다다르고 있는 듯하다. 아니 지금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끝날 때까지 용기 있는 국민의 지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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