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8 (금)
정신 못 차리는 지방의원들
정신 못 차리는 지방의원들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10.23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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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지난 15일 진해수협이 주최한 어민 한마음체육대회에서 한 시의원이 자신을 소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사회자가 다른 시의원은 소개하면서 이 시의원을 빠뜨린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의원의 항의로 사회자가 뒤늦게 소개했으나 분을 풀지 못했는지 이 의원은 주위의 만류에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500여 명이 모인 진해공설운동장이 잠시 술렁거렸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에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시의원은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다. 정치생명이 걸린 일도 아니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추락할만한 일도 아니다. 서운했을 수는 있겠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이날 참석한 시장도 국회의원도 아닌 어민들이라는 점에서 어떤 이유로도 이날의 행동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쳇말로 어이없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어이없는 갑질은 때만 되면 터져 나온다. 지난 6월 양산의 한 농협은 공과금 횡령사건을 자체조사 하던 중 해당 직원이 사직하자 한 시의원이 자신의 조카를 복직시키려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 시의원은 농협조합장이 조카의 복직을 거절하자 조합장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제보해 경찰수사를 받게 했다. 조합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5월 부산의 한 시의원은 한 밤중 대리운전 기사와 요금문제로 시비가 붙자 경찰을 부르고 경찰서에서 소란을 피웠다. 돈 3천원 때문이었다. 경찰이 돈 문제는 협의해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해당 시의원은 화가 나 경찰서를 찾았다. 이 의원은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시의원인데도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데 일반시민이면 더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시의원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한 의원이 교육청에 총 1만여 건에 달하는 문서를 채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복사해 달라고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해당 공무원들이 황당해 한 것은 물론이다. 교육노조 측은 “해당 의원의 요구는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교육청 직원들을 길들이기 위한 갑질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의원은 시 공무원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시의원 총람에서 의원이름 등을 빼고 시험을 봐야 한다”고 발언해 갑질 논란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동료의원마저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시의원이 오히려 자신을 몰라본다고 시험을 운운하는 것은 의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의원들의 갑질은 광범위하다. 청탁, 이권개입은 물론이고 자신의 지역구 사업이나 민원이 있으면 시 집행부가 들어줄 때까지 5분 발언이나 시정질문을 통해 억지를 쓰는 것이 다반사다. 각종 행사장에서는 귀빈행세를 한다. 행사 주최측이 소개를 빼기라도 한다면 난리가 난다. 행사장의 주인공은 뒷전이고 의원들이 마치 주역행세를 한다. 주객이 전도된 이런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시민들이 많다. 지방자치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지방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지역의 국회의원만 처다보는 공천제도와 무관치 않다.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행태도 한 몫한다.

 지방의원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주역이자 지역의 최하위 심부름꾼이다.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행동하다가는 지방자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역할은 존중하고 권한은 보호하되 눈꼴 사나운 대접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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