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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신의 물방울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9.21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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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객원위원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올해 포도 생산은 계속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일소현상으로 전국의 포도생산량이 전년대비 13%나 줄었지만, 칠레산 포도의 수입량은 FTA 발효 이후인 10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충북 영동군은 지난 6월과 7월에 원예특작분야 FTA 폐업지원신청을 받은 결과 총 725곳의 포도농가에서 302㏊에 달하는 면적이 폐업의사를 표명했다. 포도산업을 2차 산업, 3차 산업으로 고도화하면서 포도농가의 소득증대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영동에 자리한 와인코리아는 현재 한국에서 유일한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로서, 포도재배에서부터 정통 고급와인(샤토마니, ChateauMani)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11월부터 와인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와인트레인’은 서울과 충청북도 영동 간 당일코스로 운행되는 테마열차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특별 열차를 타면 카페 분위기로 꾸며진 레드와 화이트와인, 인삼 등의 테마를 가진 객차에서 영동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한국산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신의 물방을 이라고 일컫는 와인의 역사에 대한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기원 전 8천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포도 압착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와인제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BC 1천년 경에는 그리스 지역으로도 와인 제조가 널리 퍼졌는데 당시에는 음료가 아닌 종교적인 의식에도 와인이 사용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 후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와 BC 8세기에 와인제조와 생산이 크게 발달했다.

 와인이 한국에 처음으로 들어온 서양에서 들여 온 술이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부친인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사건으로 유명한 독일의 상인 오페르트는 지난 1866년 두 차례에 걸쳐 통상을 요구했는데, 그가 남긴 ‘조선기행’이라는 책에서 포도주와 샴페인을 들여왔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 인조 때 호조판서 김도령이 대마도주와 대좌해 포도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으며, 효종 때 하멜이 표류해 와서 지방관에게 바친 술이 네덜란드산 적포도주였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종류는 색, 탄산가스 유무, 맛의 3가지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와인의 색에 따라 레드와인(Red wine), 화이트와인(White wine)과 로제와인(Rose wine)으로 분류한다.

 적포도주로 불리는 레드와인은 주재료인 적포도의 껍질과 씨, 알맹이를 모두 사용해 만든 붉은색 와인이다. 포도 껍질의 타닌 성분으로 떫은맛이 나며, 안토시아닌의 함유 때문에 적색이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와인의 떫은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레드와인은 실온 온도로 먹는 것이 맛있으며, 적정 온도는 16~18도다. 레드와인은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는 타닌 덕분에 장기 보관할 수 있으며, 고급 와인일수록 오래될수록 맛이 깊으며 색도 짙다. 일반적으로 오크통에 담아 숙성을 한 후 출하를 한다.

 화이트와인은 백포도주다. 숙성 없이 가볍게 마시는 와인으로 주로 청포도를 이용해서 과즙만을 짜내기 때문에 색이 맑다. 화이트 와인의 맛은 레드와인에 비해 순하고 상큼하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떫은맛이 강한 레드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을 더 좋아한다. 레드와인보다 타닌의 성분이 적다. 냉장 보관해 6~10도로 차게 해서 마시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장기 보관할수록 타닌의 성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13~14도인데 화이트 와인의 도수는 10~12도이며, 소스가 진하지 않은 가볍고 담백한 해산물 요리, 샐러드, 닭 요리 와 잘 어울려 소화가 약한 사람의 경우엔 소화를 돕는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장밋빛의 로제와인은 미국에서는 뺨을 붉힌다는 의미로 블러쉬 와인(blush wine)이라고도 불리며, 레드와인의 떫은맛과 화이트 와인의 달콤함이 공존한다. 화이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보존 기간이 짧으며, 차갑게 먹는 것을 권장한다. 로제 와인과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는 양념이 있는 고기 요리로 갈비와 불고기 외에 생선요리와 수프와도 잘 어울린다.

 식사를 할 때 와인을 곁들이면 미각을 돋울 뿐만 아니라 소화에도 도움이 되고, 취침하기 전에 마사는 와인 한 잔은 숙면에도 좋다. 와인을 적당히 마시면 일종의 영양음료가 된다. 특히 레드와인의 경우 심장병예방, 노화방지, 항암작용 등 암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와인이 좋다고 과음을 하면 독이 된다는 사실은 여느 술과 다를 바 없다.

 좋은 와인은 빛깔과 투명도, 향기, 맛 등 4박자를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 와인 맛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온도는 없다. 자기가 맛있다고 느끼는 온도로 마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가장 좋은 와인은 비싼 와인이 아니라 지금 당신이 마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이 신의 물방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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