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와 몰라도 될 권리
알 권리와 몰라도 될 권리
  • 김혜란
  • 승인 2016.09.07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대중매체들이 버거워진 사람들이 많다.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의 양 때문이다. 질 좋은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은 축복일 수 있다. 하지만 걸러지지 않은 대량의 정보들이 장맛비나 태풍처럼 몰아치는 것은 피로한 현실이다.

 하루 종일 비슷비슷한 뉴스와 화제들이 끝도 없이 반복되며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북한소식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대중매체 노출빈도로 본다면, 단연 빅뱅보다 더한 스타급이다. 몇 년 사이 그의 얼굴을 하루라도 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핵관련 소식은 알아야 할 정보다. 하지만 북측 고위간부들이 회의장에서 졸거나 수첩 들고 김정은 제1위원장을 보좌하는 장면을 한국정부의 장관급 인사보다 훨씬 더 많이 봐야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북측은 해외매체에 신경 써가면서 홍보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한국의 대중매체들이 앞다투어서 다루어 주기 때문이다. 북측 소식 중 우리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가 얼마나 될까.

 자주 화제가 되는 일들이 또 있다. 연예인들의 성희롱이나 성매매 관련 사건들이다. 메가톤급 남자 연예인들의 성매매 업소 출입부터 시시콜콜한 과정까지 각 매체에서 누가 질세라 뱉어낸다. 어떤 때는 속이 다 메스꺼울 정도인데, 그들이 정말 그런 행동을 했을지에 대한 진실 여부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다른 매체보다 먼저, 더 충격적으로 알리기에 급급해한다. 국민들이 그런 일들을 시시콜콜하게 알아서 좋을 일이 도대체 무엇일까.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 연예인 당사자의 앞날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도 없다.

 범죄에 대한 보도도 한계를 넘었다. 절도 하는 과정을 너무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아예 단계별로 분석해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범죄예방 효과보다는 ‘모방범죄’를 걱정할 정도로 과도하게 범죄과정을 보여주는 내용도 다수다. 보복운전에 대한 영상도 오금 저릴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스릴러 영화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택시 안에서 기사의 지갑 속 현금을 훔치는 과정이나, 가판대 쇼핑하는 사람의 가방 터는 소매치기 작업(?)과정을 몇 번씩 되풀이해 보여주기도 한다. 조심차원에서 노출하는 거라지만, 국민들은 범죄교육 동영상을 시도 때도 없이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지난 삶이 구설수에 올랐던 연예인들의 라이프스토리 역시, 차고 넘친다. 70년대 ‘000 서울’이나 ‘00과 실화’ 같은 잡지 수준의 이야기를 찾아내 연예부 기자나 원로 연예인들과의 입담으로 다시 재탕한다. 그런 것을 알면 국민 정서에 얼마나 좋을까. 잊고 살기 위해 노력했던 당사자들은 신경쇠약이 재발할 것 같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권리’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자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도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밥 먹다가도, 심지어 잠을 자다가도 알고 싶어 답답증에 걸릴 지경이다. 우리 지역 조선업체와 해운업의 향방이 제일 궁금하다. 4대강 사업의 실체부터 세월호 참사 미스터리도 마음을 누른다. 한반도 사드 배치의 허와 실, 국민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장관 인선의 내막까지, 정작 궁금해하고 알아야 할 문제들은 전혀 그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없게 막이 쳐져 있거나, 주변만 맴돌다가 이내 사라져 버린다. 어쩌면 국민들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국민이 알 권리가 철저하게 설계된 어떤 힘에 의해 무시되는 것이 아닐까.

 눈으로 훑으면서 대리만족하거나, 남의 인생 뒷담화 같은 정보에, 반도의 위쪽 동네 독재자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범죄의 매뉴얼과 흡사한 정보들만 삼단콤보로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 보자. 갈수록 살기 고달픈 국민들의 ‘몰라도 될 권리’는 아예 깡그리 무시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냥 우리 살아가게 해 주세요’를 외치고 싶은 국민들의 심정을 왜 몰라줄까.

 안 보고 안 들으면 되지 않느냐고 담대한(?) 누군가는 말한다. 그렇게 하고 살만큼 대한민국은 안정되고 평화로운 마을이 아니다. 하룻밤 사이 내가 일하는 곳 근처에서 사건사고는 나지 않았는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 동네에 묻지 마 살인범이나 성폭행범은 나다니지 않는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확인해가면서 살아야 맘 편한 세상을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책임을 묻고 싶다. 국민 스스로가 만들지 않았냐고 되묻는 자가 있다면, 국민이 먹고 사는 일에 열심일 동안, 국민을 대신해서 그런 일 해결해 달라고 돈 줘가며 명예와 존경심까지 받친 그들은 대체 지금 어디서 뭣하고 있는지 악다구니라도 하고 싶다.

 알고 싶은 일들 대신 몰라도 될 일들이 많아졌다. 솔직히, 모르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혹시… 혹시…, 그런 매체의 설계자는 국민의 지금 이런 심정을 노렸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