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개막식 ‘화분 든 소년’
리우 개막식 ‘화분 든 소년’
  • 한중기
  • 승인 2016.08.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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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기 한국인성교육협회 교육위원
숲 중요성 세계에 알려
아마존 파괴 경고 보는 듯
‘희망 바람’ 퍼져나가길

 지젤 번천의 화려한 워킹은 올림푸스 여신의 강림을 연상케 했다. 멋진 음악에 맞춰 그녀 생애 가장 긴 런웨이로 리우 올림픽의 개막을 알렸다.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에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위대한 패배자’ 리마가 성화 최종 주자로 등장해 점화를 했다. 그가 붙인 성화는 높이 올라가 태양을 상징하는 키네틱 아트물에 붙어 장관을 연출했다. 세계 언론은 ‘지젤 번천이 열고, 리마가 닫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가마솥 같은 무더위를 잊게 해 준 리우 올림픽 개막식의 화룡점정은 화분 든 소년이 찍었다. 나무가 심어진 화분을 들고 숲의 중요성을 온 세상에 알린 소년은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올림픽의 중요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훼손으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의 허파, 아마존 밀림의 파괴야말로 지구 환경 대재앙이 되고 있음을 경고하는 듯했다. 바람개비 달린 자전거를 탄 피켓 걸과 조그만 화분을 든 소년을 따라 입장한 선수단은 씨앗을 미러 타워에 하나씩 심었고, 씨앗이 심겨진 미러 타워는 207개국 선수들이 모두 입장한 뒤 경기장 정중앙에 모여 녹색 오륜기로 변했다. 자전거, 바람개비, 꽃, 그리고 씨앗을 품은 화분은 그대로 숲이고 자연이었다.

 숲의 중요성은 시대를 불문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숲이 주는 생명력은 오래전 신화시대 때부터 강조됐던 것 같다. 동양신화에 태양과 달리기 시합을 했던 거인 이야기가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과보족’은 누런 뱀을 한 마리씩 양쪽 귀에 걸고 다니는 엄청난 거인으로 등장한다. 과보족 중의 한 거인이 어느 날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고는 ‘아침에 떠서 하루 종일 달려 저녁에 저쪽 언덕까지 갈 정도면 별로 빠른 것도 아닌데, 누가 빠른지 달리기나 한번 해볼까’하면서 태양과 달리기를 시작한다. 큰 걸음으로 해를 쫓아 서쪽으로 달렸으나 해 질 무렵이 돼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데 목이 너무 말라 강물을 단숨에 마셔도 갈증을 채울 수 없었다. 북쪽에 있는 거대한 호수가 생각나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지만 너무 멀어 중도에서 갈증을 못 이겨 그만 죽고 말았다. 그는 쓰러지면서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다 떨어뜨렸는데, 그 지팡이가 거대한 복숭아나무 숲으로 변했다. 거인은 죽어가면서 자신의 혼을 지팡이에 담아 큰 숲으로 변신한 것이었다. 그리해 거인은 원하던 물을 수많은 뿌리를 통해 실컷 빨아 마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변신을 통해 영원한 생명력을 얻었던 것이다. 신화의 의미는 ‘무모한 도전의 화신’이나 ‘절대적 권위에 대한 지질 줄 모르는 도전’이라든지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하지만, 숲의 생명력이 주는 메시지 또한 중요한 포인트라 여겨져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소년의 나무를 보면서 떠올려 보았다.

 17년 전 동료 기자와 단둘이 낙남정맥을 거쳐 지리산 천왕봉에서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도 진부령과 휴전선 코앞까지 대략 1천200㎞를 매주 답사한 적 있다. 나라 땅의 중심 산줄기를 다니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직접 온몸으로 느끼면서 한편으로 사람의 힘 역시 자연의 힘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강원도 석병산에서 가공할만한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의 현장을 접하면서 받았던 그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산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 가는 추풍령 부근의 산줄기, 백두산에서부터 이어져 온 산줄기가 진주 부근 가화강에서 허리가 끊어진 백두대간을 보면서 참담해 했던 기억들이 엊그제 같다.

 얼마 전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발표한 백두대간 생태계 조사 결과는 무서운 사람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지리산 천왕봉부터 강원도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 일대에 풀 한 포기 없는 땅의 면적이 축구장 107개 크기인 76만 9천5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1년 조사에 비해 21%나 늘어났다고 한다. 가장 큰 훼손 원인은 사람 발자국의 압력, 답압이란다. 사람 체중이 땅속 공기층을 사라지게 하면서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시멘트처럼 비가와도 물이 스며들지 않고 식물이 살 수 없는 ‘숲속의 사막’이 됐다는 이야기다. 수십 명씩 떼 지어 산행하는 등산문화가 산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리우 올림픽 개막식 그 화분 든 소년의 소망이 아마존 밀림 속 나비의 날갯짓이 돼 서울에, 베이징에 폭풍으로 번지듯 ‘나비 효과’를 맘껏 발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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