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와 수목장
장례문화와 수목장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4.2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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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문화ㆍ체육부장
 수목장은 묘지가 아닌 자연숲 그대로다.

 2월의 끝자락은 여전히 거센 찬바람이 불었지만 해안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들이 내뿜는 솔향을 마시면서 고 민병갈 박사를 만나기 위해 충남 서해안의 보석 ‘천리포수목원’에 갔다.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로 불리는 민병갈의 천리포수목원은 1921년 미국 펜실바니아주에서 출생해 1979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카알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에 의해 설립된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이다.

 그의 분골(粉骨)은 높이 20㎝, 지름 15㎝ 크기의 한지 분골함에 담긴 채 평소 아끼던 나무 밑에 묻혔다. ‘내가 죽으면 묘를 쓰지 말고 묘 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고인의 뜻이다. 살아서도 나무사랑과 죽어서도 나무사랑을 실천한 민병갈의 자연 사랑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수목장은 화장된 분골을 지정된 수목의 뿌리주위에 묻어줌으로써 그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섭리에 근거한 새로운 장묘방법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에서는 자연장 또는 녹색장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널리 행해지고 있다. 추모목의 종류로는 소나무, 주목, 측백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물박달나무, 밤나무, 산벚나무, 신갈나무, 음나무 등이 있다.

 수목장실천회는 수목장을 실시할 때 해당 나무(큰 나무 기준) 아래 깊이와 너비를 약 50㎝ 정도 판 다음 꽃잎을 충분히 준비해 바닥에 뿌린 뒤 잘 썩는 용기에 유골을 담아 준비한 꽃잎과 혼합한 흙으로 덮은 후 주변을 평평하게 정리하는 절차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나무아래 너무 깊이 땅을 팔 경우 나무의 뿌리가 상할 수 있으며 썩지 않는 도자기 등의 유골함은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네 가지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출생의 고통, 늙음의 고통, 병듦의 고통, 사망의 고통을 말한다. 출생과 늙음, 병듦은 사람으로 태어나 겪는 과정이라면 사망은 죽음 그 자체이고 후손들의 보살핌에 의해 편안히 영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망자의 시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묘법의 종류가 정해지고 그로 인해 나라마다 장묘문화가 각각 형성돼 왔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성리학의 도입과 함께 매장 전통이 주류를 이루어 왔었으나 최근 보건복지부는 화장률이 2016년 이후 시도별 사망자 중 약 80%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화장시설은 전국적으로 2024년까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장 이후에는 봉안당(납골당), 봉안묘, 수목장, 잔디장 순으로 유골을 모시는데 국내 화장률은 지난해 79%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화장률 추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장률은 2001년 38.3%에서 2014년 78.8%로 급격히 증가했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 화초, 잔디 주변에 묻는 친환경 장례법이다. 나무 밑에 뼛가루를 묻으면 ‘수목장’, 잔디 밑에 묻으면 ‘잔디장’, 꽃 옆에 묻으면 ‘화초장’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2008년 법으로 자연장을 허용, 최근 수목장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자연장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 국토의 60%이상이 산림으로 이루어진 산지 국가인 스위스는 수목장림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다. 좁은 국토에서 더 이상 산림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1999년 수목장림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과 달리 수목장림 규모는 2∼5㏊로 작은 편이다. 26개주에서 55개 수목장림이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작은 나무를 새로 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우스다운스 내추럴 공원 부설 수목장림은 2013년 영국에서 가장 우수한 수목장림상을 받았다. 자연공원 부속 부지에 자연학습 프로그램과 연계해 수목장림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수목장림은 90% 이상이 우수한 산림을 바탕으로 자연산림에 조성되고 있다.

 50-100㏊의 대규모 수목장을 대부분 국ㆍ공유림 내에 설치해 분해성 유골함을 사용하고 지리정보시스템 안내판, 산책로, 간이 화장실 등의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미국은 수목장림 도입이 최근에 이뤄졌다. 버지니아주 캠프 하이로드 880여㏊ 산림 중 33㏊를 수목장림으로 활용하고 있다. 캠프장 주변에도 수목장림을 조성했다.

 일본도 공원묘지나 사찰 부지를 활용해 수목장 구역허가를 받아 운영하며 유골을 묻고 그 위에 추모목을 심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울창한 수목장림은 산책코스나 어린이의 소풍 대상지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이나 자연학습장, 캠프장 등 공동이용시설 인근에 위치한 수목장림은 휴식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수목장이 도입된 이후, 삶처럼 죽음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인식 변화에 따라 수목장이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장례를 위해 최근 선호되고 있는 ‘수목장’ 활성화를 위해 산림보호구역 일부 구역의 수목장림 조성이 허용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친환경 장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산림보호구역 중 일부구역에서 수목장림의 조성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절에 따라 순환하는 숲에서 죽음은 끝이 아닌 자연과 하나가 되는 또 다른 시작이다. 아름다운 작별 그리고 영원히 기억되는 수목장이 가족 사랑과 함께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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