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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방치된 아이 보살펴야
국가가 방치된 아이 보살펴야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2.01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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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국 논설 위원

 아동학대와 방치사건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장기결석 초등학생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에서도 미등교 초등생 전수조사에 나선 결과 상당수 학생의 행방을 찾았지만, 현재까지 창원에 살던 1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 1월 학교에 있다가 어머니와 함께 나간 이후 소식이 끊긴 창원 학생의 미혼모 어머니는 사기 혐의로 현재 지명수배 중이어서 경찰에 쫓기며 아이를 데리고 한파 속에서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지 걱정이다.

 어제 행방이 파악된 마산에 살았던 이모 군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빌라에서 어머니와 함께 발견됐다. 이 군은 어머니와 함께 마산을 떠나고 나서 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홈스쿨링 등 다른 교육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발견 당시 TV를 보고 있었고 어머니 송 씨는 일하러 나갔었다고 한다. 이 군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11월 어머니 송모(42) 씨가 데리고 가출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이 나머지 한 명의 학생을 찾기 위해 부모의 금융계좌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으니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한 학생과 별도로 이번에 경찰과 교육청이 찾아낸 장기결석 초등생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들은 방치된 아이들에 대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된 자매를 둔 40대 부모 이야기는 아동방치가 더는 한 가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계부품 공장에서 일한 자매의 아버지는 술을 자주 마시고 폭언을 일삼았다. 2012년 5월 당시 중학교 1학년과 7살이었던 자매는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와 집을 나가 3개월 정도 자동차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공중화장실에서 씻었다는 자매는 배가 고프면 인근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등 집이 있는데도 노숙자 생활을 했다. 이때부터 언니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동생도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아 외부와 단절됐던 자매는 항상 둘이서 놀며 TV만 시청했다. 그 결과 자매들은 또래보다 언어 발달이 늦어졌다고 한다. 자매들은 7년째 보일러가 고장 난 방에서 한겨울에도 이불에만 의지한 채 냉방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는 4년간 거의 대화가 없고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식사도 거의 없어 사실상 가족은 해체된 상태였다. 현재 자매는 아동보호기관 설득으로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부모와 따로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부모들 역시 기관의 도움을 받아 자녀 교육과 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 교육을 받고 있다.

 또 지난달 26일 창원시 진해구 용원에서 소재가 확인된 초교 3년 학생은 홀어머니와 생활해왔다. 폭력 혐의로 수배 중이던 학생 어머니는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면서 학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학생은 2014년 4월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TV만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신고된 전국 아동학대 사건은 총 9만5622건으로 하루 26건꼴이다. 아동학대와 방치는 부모의 정신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아동학대와 방치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자식을 내버려두다시피 하는 부모는 극소수다. 하지만 깊어가는 불황 속 아동학대와 방치는 증가하는 추세여서 더이상 문제를 부모에게 맡길 수만은 없어 보인다. 학대받고 방치된 아이들을 더는 어려움에 봉착한 부모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옳다.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할 수 없는 환경에 봉착한 부모가 간단한 절차로 아이들을 일시적으로 국가기관에 맘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방편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이 못난 부모의 소홀함으로 성장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받아야 할 교육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해당 아이의 불행이고, 부모의 불행이며, 국가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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