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18 (토)
성장 우선 시대 인성회복 절실
성장 우선 시대 인성회복 절실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1.24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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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 위원
인명경시ㆍ가족붕괴로
아이들 희생되는 사회
전 사회 나서 ‘위기’ 극복을

 새해 첫 달에 끔찍한 소식들이 여럿 들린다. 부천에서는 아버지가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에 보관한 뒤 지인의 집에 숨겨오다 잡혔다. 지난 18일 창원에서는 빚을 독촉하는 채권자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차량에 싣고 다니던 20대와 시신 처리를 도운 30대 여성이 검거됐다. 앞서 15일 김해에서는 6개월간 자신을 쫓아다니며 괴롭힌 40대 남자를 의자에 묶은 뒤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인간의 운명은 태어나서부터 기본 골격이 잡히고 그 뒤로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고 한다.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함께 성장하는 형제들에 의해, 자라면서 만나는 친구에 의해서도 운명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특히 배우자는 가장 오랜 시간을 가까이 보내는 터라 인간의 운명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살인자들을 상대로한 인터뷰에서 그들이 공통으로 했던 말이 화제다. 그들은 모두 “OOO를 만나는 바람에 내 운명이 바뀌었다.” 이처럼 사람의 운명은 만나는 자에 의해 결정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부천의 초등학생은 부모를 잘못 만난 이유로 인생의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이승과 등지게 됐다.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돈을 2억 원이나 빌려 간 이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망자와 그로 인해 평생을 철장 속에서 지내야 할 살인자. 이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어야 할 인연이었다.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인연으로 시신을 옮기는 일을 도와준 이유로 구속된 30대 여인도 그가 살인자가 될 줄 알았다면 만나지 않았겠지만, 인연의 소중함을 소홀히 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자신을 쫓아다니며 괴롭힌다는 이유로 40대 남자를 살해한 20대 여성은 어머니를 통해 망자를 알게 됐다고 하니 부모도 잘못 만났고, 자신에 의해 죽임을 당한자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얼마나 자신을 괴롭혔으면 의자에 묶어 놓고 엽기적으로 사람을 죽였겠느냐”는 탄식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인연에 의한 운명 이전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명경시 풍조가 근자에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근간이라는 지적도 있다. 논어 향당편에서 공자(孔子)는 불문마(不問馬 :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를 통해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했다. 불문마는 공자가 조정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구간에 불이 났던 사실을 알고 ‘사람이 다쳤느냐’ 물어보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는데서 고사성어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들을 반추하다 보니 공자의 가르침이 새롭다.

 최근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증가와 함께 친족간 살인이 만연한 것은 인명경시 풍조와 함께 핵가족화에 의한 가족애의 상실도 원인이라 하겠다. 이와 함께 인터넷과 도박 중독도 큰 원인이며, 경제적 위기 등에 기인한 가정의 파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리 사회를 갈수록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 성장 몰입과 급격한 가족문화 붕괴는 위기의 아이들을 만들고 있다. 특히 부천 초등생 살인사건에 앞서 인천에서 11살 친딸을 집에 감금한 채 폭행하고 밥을 굶기는 등 오랜 기간 학대한 사건이 터지면서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방치된 아동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뒤늦게 장기결석 초등학생 챙기기에 나섰다. 지난 19일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장기결석 초등학생 33명 중 8명의 소재가 불확실해 경찰에 신고하고 소재파악이 불가능한 초등생에 대해 경찰과 합동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늦게나마 학교에 나오지 않는 초등학생 챙기기에 정부가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동안 꼭 챙겨야 할 것들을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한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의 성장과 함께 생겨난 그늘을 무시한 우에 대한 반성과 이제라도 그늘진 곳을 돌아보는 일이 절실하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동안 처진 이들은 없는지, 발에 생채기는 나지 않았는지. 차분히 살펴볼 시간이다. 이와 함께 인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따라야 한다. 학교에만 맡기기에는 우리 사회 인성의 병증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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