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11 (금)
소방관, 그들을 쉬게 하자
소방관, 그들을 쉬게 하자
  • 김은아
  • 승인 2015.12.28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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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소방서장님의 표정이 밝지 않다. 얼마 전 동료이자 후배이며 부하 직원이었던 前근무지 소방관의 부음을 들었다고 한다. 언제나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의 늦잠에 방문을 연 아내는 스스로 생을 놓은 그의 주검 앞에 섰다. 그는 소방관을 천직으로 생각했지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았다.

 또 마을주민의 신고로 말벌집을 제거하던 소방관이 벌에게 쏘여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순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공상으로 처리됐다. 소방공무원을 택하지 않았으면 평범한 가장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갔을 그들이다.

 소방관들은 참혹한 현장에 노출돼 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의 멈췄던 심장을 뛰게 해야 하고, 깊은 물에 가라앉은 소년의 손을 잡아 올려야 한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집의 방문을 열어 낯선 이의 주검을 수습해야 하고, 옷장 안에 들어있는 시신을 안아야 한다.

 그런 곳을 다녀온 소방관은 쉽게 방문을 열지 못하고, 옷장 안에 옷을 걸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렇게 누적된 외상후 스트레스는 그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삶을 고갈시키고 있다. 소방관들은 연평균 7~8회의 참혹한 현장 속에 있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 보다 훨씬 많은 4~10배의 심리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김해동부소방서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 출동 횟수가 평균 6회에 달한다.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화재현장에서 꼭 필요한 관창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보니 육체적인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교통사고 현장과 자살 현장 등 몇몇 현장은 일반인들이라면 결코 가지 않을 곳들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육체적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지친 몸을 이끌고 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사무실 밖에 없다.

 그러던 얼마 전, 김해동부소방서내에 심신안정실이 설치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소방서를 찾아 3층 자투리 공간에 들어선 심신안정실을 둘러보았다. 열 평이 될까말까한 좁은 공간에 들어선 3개의 방이 낯선 이의 방문을 반겼다.

 멘탈케어 방은 감성치유 공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게끔 두 개의 의자가 구비돼 있다. 피톤치드가 나오는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향균방 공간에는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갖추어져 있으며 다섯 명 정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육체적 피로를 풀 수 있는 바디케어존에는 안마의자 세 개가 놓여 있다. 한 번에 열 명 정도가 마음과 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다. 심리상담을 위한 24시간 전화상담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다.

 어스름 해질녘 소방서를 나왔다. 옷깃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온다. 국가에서 그들의 수고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는 반가움과 176명의 소방관들이 누리기에는 너무나 협소한 공간에 실망감이 교차하였다. 한편으로 국민을 위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의무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을 위한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미안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첫걸음을 떼었으니 이제 모두가 소방관들에게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

 연일 화재 소식이 들리고 건물이 붕괴위험 현장에 나간 소방관의 모습이 뉴스에 나온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그들은 말한다. “소방관들의 사명이자 숙명은 안전한 나라와 국민의 행복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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