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2:45 (토)
총선서 국민 힘들게 한 정치권 심판을
총선서 국민 힘들게 한 정치권 심판을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5.12.20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다가는 침몰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늘어만 가고 있다. 2010년 이후 모든 경제지표가 그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힘겨운 가운데서도 잘 버텨주던 IT와 조선업, 석유화학, 자동차까지도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하향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무역수지는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반갑지는 않다. 수출보다 더 줄어든 수입은 투자를 안 한다는 반증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그만큼 미래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 지를 몰라 재벌들의 곳간에 쌓인 돈이 수백조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의 한국경제는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 모방형 추격형 경제로 잘 꾸려져 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성장모델도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국을 먹여 살리던 주요 산업이 중국의 수중에 넘어갔거나 넘어가려하고, 우리가 따돌렸다고 한숨을 돌리던 일본도 재무장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엄청난 내수시장과 거대자본으로, 일본은 탄탄한 기초산업기술력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잿더미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국가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효율적 산업정책과 기업가들의 대담한 도전적 정신, 가족을 잘살아 보게 하겠다는 근로자들의 헌신적 근로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덕목도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가 질주하는 사이 우리 사회는 내부문제로 다투다 세월을 다 보냈다. 정부의 지원과 근로자들의 피땀으로 일어선 재벌들은 지난 20여 년 간 현실에 안주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지 못했다. 오히려 골목상권을 비롯 돈 된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침투해 서민경제 생태계를 교란해 버렸다. 상류층에 진입한 재벌사 근로자들은 결코 자신들이 대변할 수 없는 비정규직 보호라는 기치로 위장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암담한 집단인 정치권은 지난 20여 년 간 아무런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비전은 커녕 물어뜯기식 노선투쟁에 몰두하느라 세상 변하는 줄 몰랐다. 힘을 모아도 버거운 마당에 그럴듯한 말로 국민 현혹시키는데 앞장섰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 간 분배정의, 균형,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과 정권투쟁외는 본 것이 없다. 쇄국과 개국을 둘러싸고 내부투쟁을 벌이는 사이 저항도 제대로 못한채 국권을 빼앗긴 구한말의 상황이 지금과 같다. 언제까지 우리끼리 싸우다 허송할 건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이러다가는 경제식민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 목소리를 왜 정치권에는 들리지 않는지 안타깝다. 약자보호, 분배정의, 비정규직 보호, 복지프로그램의 확대 모두 중요하다. 그렇지만 경제가 무너지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실종된 근로의욕과 기업의 도전정신을 살릴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하기 좋은 환경,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양립하기 어려운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집단은 결국은 정치권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일대 혁신이 없이는 기대하기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도 민주화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고를 바꿔야 가능하다. 상대 정치권을 악으로 보는 사고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타협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정치권이 스스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그 무대가 될 수 있다. 사심없이 국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인물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역할을 해야한다. 옛날에는 군주가 무능하고 민생이 고달프면 백성들이 왕조를 버렸다. 혁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무대가 바로 선거다. 지금은 내 지역구, 여야를 떠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치권을 엄중히 문책하고 심판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좇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