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9:06 (금)
교부세로 컨트롤 하려한다면
교부세로 컨트롤 하려한다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12.06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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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지만 돈(교부세)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컨트롤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돈을 무기로 규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의미한다. 발단은 서울시의 청년실업수당, 성남시의 무상교복 지원제도나 청년들에게 분기당 25만 원씩 지원을 추진하려는 청년배당 제도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개혁방안으로 지방교부세 감액 제도의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고유권한인 자체 복지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나선 것은 선심성 복지사업에 대한 차단이 목적일 수 있다. 물론, 예산 집행권을 쥔 단체장이 아무런 동의도 없이 무책임하게 퍼주는 복지 포퓰리즘 행태는 ‘범죄’보다 더 나쁠 수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연일 ‘포퓰리즘’, ‘로또’, ‘범죄’라는 원색적인 말로 청년수당 정책을 비난하고 서울시와 야권은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일이고 지방교부세를 무기로 지방정부를 굴복시키려는 협박이란 오해와 억측, 비방이 이어지면서 정작 정책내용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그 결과는 단방에 드러났다. 최근 보사부는 ‘기초연금 유사수당 신설 자제ㆍ폐지 권고 및 실태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전국 196개 시ㆍ군ㆍ구에서 지급하는 장수수당 및 축하금, 효도수당, 위생수당 지급을 폐지하거나 축소해 줄 것을 통보했다. 기초연금 유사 급여ㆍ수당으로 판단될 경우 국고지원금이 감액될 수도 있다는 ‘협박’에 가까운 공문이나 진배없다. 이 바람에 조례폐지 절차를 밟는 등 야단이다. 내년부터 삭감될 경우, 노인들의 반발은 뻔하다.

 발끈한 지방자치단체는 걸핏하면 돈으로 길들이려 해서야 쓰겠느냐는 것이다. 명문화와 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쥐락펴락하겠다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는 감사원 감사, 정부 합동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에 대해서만 행정자치부 산하 ‘감액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방교부세를 삭감, (2015년에 263건 303억 원 감액 후 재정 건전 운영 지자체 인센티브 지급 2014년 255건 182억 원, 2013년 178건 211억 원) 했다. 하지만 앞으로 감액 요청 주체를 감사원, 정부합동감사에서 각 부처로 확대하고 그밖에 지자체가 공기업, 산하 기관을 함부로 만들어 출자ㆍ출연하거나 지방보조금을 방만하게 운영한 경우나 ‘사회보장기본법’ 상 사회보장제도의 신설ㆍ변경 시 협의 이행 의무를 따르지 않고 예산을 과다 지출한 경우에도 교부세 감액을 직접 요청할 수 있게 했다. 감액과 인센티브는 당근과 채찍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교부세(交付稅)는 지방자치단체가 부과ㆍ징수할 것을 국가가 대신(代身)해 그 세수입(稅收入)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나눠 교부하는 조세(租稅)다. 곧,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돈을 교부하는 것이지만 자치제 후 앵벌이 자치란 게 거론되는 이유다.

 따라서 현행 8대 2 수준인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높여달라는 것이다. 국세는 소득세(양도),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증권거래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인지세, 관세, 교통 에너지 환경세, 농어촌 특별세, 교육세,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는 자동차세, 재산세, 지방소득세, 주민세, 담배소비세(시 군세)와 등록면허세, 취득세, 지방소비세, 레저 및 지방교육세, 지역자원시설세(도세)로 구분된 것을 일정부문 전환해야만 진정한 지치시대란 것이다.

 OECD 국가인 일본(57대 43), 미국(56대 44), 캐나다(49대 51), 독일(50대 50)에 비해서 매우 낮은 편이다. 지방자치 발전의 근간인 지방재정 안정화를 위해 최소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6대 4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방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이 정부가 세원을 움켜쥔 데다 지방지체제 실시 후 국가사무 3천100건이 지방으로 이양됐지만 세제개편을 않아 3조 원의 지방비소요가 발생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증대된 결과,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1992년 69.6%에서 2014년 44.8%로 오히려 24.8%p 하락, 지방을 벼랑으로 내민 결과도 가져왔다. 경남도 관계자는 “일부 국세의 지방세 전환도 요구되지만 시급한 지방세확충 방안은 지방소비세 세율을 20% 이상 인상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의 고유권한인 자체 복지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나선 것은 유사ㆍ중복성이 있는 선심성 복지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비롯됐겠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사전 협의 없는 복지정책을 규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됐다. 하지만 그 ‘막강한 권한’이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지방자치를 훼손하면 안 된다. 이를 계기로 중앙과 지방간 복지사업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또 지방시대에 걸맞은 지방재원 확충 방안도 적극 논의돼야 한다. 제 입에 풀칠도 못할 정도로 곳간이 텅 빈 지방자치는 ‘개뿔’ 아닌가. ‘한비자’는 “법은 어떤 귀함도 없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구부려 사용하지 않는다(法不下貴 繩下撓也)”고 가르치고 있다. 법 적용의 공평함에는 시행령이든 뭐든, 분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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