蔭敍制(음서제)
蔭敍制(음서제)
  • 송종복
  • 승인 2015.10.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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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蔭:음 - 그늘 敍:서 - 차례 制:제 - 만들다

 음서제도는 갑오경장 때 폐지됐다. 반면에 로스쿨 출신자의 변호사활동을 종합평가해 임용한다니 이에 학연, 지연, 혈연이 작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고려와 조선시대 왕족, 공신 및 고관직의 친인척은 과거제를 치르지 않고도 관리로 등용하는 제도이다. 일명 문음(門蔭)ㆍ음보(蔭補)ㆍ음사(蔭仕)ㆍ음직(蔭職)ㆍ음덕(蔭德)ㆍ음서(蔭敍)ㆍ남행(南行)이라 한다. 고려의 음서제도는 5품 이상의 아들, 손자, 외손자, 사위, 동생, 조카까지 적용됐지만 조선은 2품 이상만이 해당됐고 외손자와 사위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는 1894년 갑오경장 때 과거제가 폐지되면서 사라졌다. 음서로 관직에 오를 수 있는 나이는 18세 이상이나, 5세에 받은 자도 있었다. 조선후기에는 청요직, 3정승, 2찬성까지 오른 자도 있었다.

 며칠 전 YTN 뉴스에 ‘우리나라 10대 재벌회장치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단 1명(카카오톡 회장: 김범수)뿐이며, 나머지는 재벌 상속자’라고 했다. 반면에 외국의 경우 10대 재벌치고 2~3명 정도는 재벌 상속자이나 나머지는 자수성가자라고 했다. 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과거 농본사회에서는 음서제가 있어 관직(부의 상징)이 세습됐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그 반면 자본주의 사회가 돼 자본세습이 바로 음서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로 보아 한 때는 ‘3대 부자 없고 3대 거지 없다’는 말이 먹혀들더니 최근 들어 ‘부자는 영원한 부자요, 거지는 영원한 거지’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지난 2001년에 개봉한 영화 ‘친구’는 숱한 유행어를 남겼다. 그 중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라는 말이 두고두고 학생들에게는 뼈에 사무쳤다고 한다. 모 회사 지원 이력서 부모직업란에 ‘곡물확대업’이라고 쓴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내용인즉 옥수수 평 튀기는 장사를 미화한 것이었다. 이같이 대학입시부터 취직과 결혼, 삶의 주요 고비마다 부모의 직업성분에 따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부모 직업란을 없애기로 하고 있다.

 최근 사법고시를 없애고 로스쿨로 바뀌고 있다. 이들은 수료 후 주로 변호사 업을 한다. 앞으로 법관을 채용할 때 변호사 활동을 종합평가해 임명한다는 것이다. 만약 인사권자의 인연, 학연, 지연, 혈연이 작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현대판 음서제가 아니냐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심지어 모 의원은 고관직 자녀의 취업특혜를 막자는 ‘현대판 음서제방지법’까지 발의하고 나섰다. 갑오경장 이후 없어진 음서제가 탈바꿈해 로스쿨이 대신역을 하지는 않을까. 앞으로 법관은 로스쿨 출신자의 변호사활동을 종합평가해 임용한다니 이에 학연, 지연, 혈연이 작용하는 음서제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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