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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 이광수
  • 승인 2015.09.29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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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사) 경남향토사연구회 부회장
물질만능주의 사회 판치는 속물적 사랑
마음 열고 소통 앞장 갈등해소 지름길

 영국의 소설가 제인ㆍ오스틴의 출세작 ‘오만과 편견’은 소설로도 명작의 반열에 올랐지만 영화로도 공전의 대히트를 쳤다. 제인ㆍ오스틴은 영국소설의 전통을 창시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단 여섯 권의 소설을 썼을 뿐인데도 영국의 BBC가 지난 천년동안 최고의 문학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전 세계독자들을 매료시킨 소설가이다. 그녀는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에서 남녀 간의 사랑하는 감정 속에 내재된 오만과 편견을 당대의 물질 지향적 세태상과 행동의식의 정밀한 묘사를 통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로맨스는 속물적 사랑을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분별력과 감성을 잃지 않고도 사랑과 행복, 재산과 사회적 지위까지 얻게 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2005년 키이라ㆍ나이틀리(엘리자베스 분)가 열연한 영화에서 두 사람이 서로 엇갈린 시선으로 보았던 편견이 해소되고 결혼에 골인하는 엔딩 신에서 엘리자베스가 한 명대사 “당신이 눈부실 정도로 완벽하게 행복했을 때 디아시부인 이라고 부를 수 있을 수 있어요”라는 말이 새삼 기억에 새롭다. 이처럼 남녀 간의 사랑에서 파생되는 오만과 편견의 갈등은 굳이 19세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물질 만능주의가 판치는 현대사회에서 더 극명하게 재연되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에서 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인간의 삶이 위협받는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우리사회를 짓누르는 갈등의 심리기제로 작용해 왔다. 갈수록 커지는 계층 간, 세대 간의 격차는 사회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19세기 이전은 오만과 편견이 숙명적으로 수용되는 사회였다면 사회평등이 실현된 오늘날의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결코 수용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만은 기득권자, 지배 권력층의 특권으로 인식 되던 신분제 사회에서는 그 오만이 배태한 편견은 크게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을 역학의 오행이론으로 풀어보면 재미있다. 오만은 자랑이니까 길신이다. 편견은 나쁜 거니까 흉신이다. 그러나 편견은 길신인 오만이 낳은 거니까 흉신을 도운 셈이다. 따라서 흉신(나쁜 신)을 도운 길신(좋은 신)도 희신(喜神)이 아니라 기신(忌神)으로 변하게 된다. 이는 오행상의 상생관계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으로 우주만물의 상생원리나 인간관계에서 파생되는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인식과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람이나, 사물, 사건 등에 대한 편견을 갖기 마련이다. 특히 사람에 대한 편견은 그 편견의 배경이 되는 오만에서 시작된다. 관계의 단절은 항상 오만과 편견이 교차하는 인식의 차이에서 생긴다. 단절의 벽이 견고한 사회일수록 폐쇄적인 불통사회이다. 요즘 정부와 국민, 리더와 팔로워 간의 소통부재로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는 알량한 협량(狹量)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치부가 ‘오만과 편견’으로 고착돼 인간관계를 긴장시키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것이 오만과 편견을 해소하는 지름길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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