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6:10 (토)
호통판사, 행복을 부르다
호통판사, 행복을 부르다
  • 김은아
  • 승인 2015.09.21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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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학창시절이 있다. 나의 학창시절, 혹은 내 자식의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뮤지컬 한 편을 봤다.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의 재판에 얽힌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행복을 부르다’를 보기 위해 김해 문화의전당을 찾았다. 이 뮤지컬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원조교제’ 여학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종호 판사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어라.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열 번 외쳐라”라고 법정에서 벼락같은 호통을 치고 엄한 판결을 하기로 유명한 분이다. 그래서 별명이 호통판사이다. 천 판사에게 호통은 애정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기에 대부분 판사들이 꺼려하는 소년부 재판을 6년째 전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꾸며질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뮤지컬의 클라이맥스, 왕따 피해 학생의 죽음과 원조교제 여학생의 재판과정을 보면서 많은 관객들의 손이 얼굴로 갔다. 원조교제 딸의 엄마에게 판사는 말한다. 아이에게 다가가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열 번 말하고 꼭 안아 주라고. 아이는 어릴 적 자신이 당한 성폭행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자 그것을 자책하며 집을 나와 생계를 위한 방편으로 원조교제를 했다. 아이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엄마에게 화가 나고,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주저하는 엄마에게서 좌절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차츰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의 감정이 실려지는 엄마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 됐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뮤지컬이 끝난 다음에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 뮤지컬에 다른 이들보다 더 가슴 아프고 공감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중학교 3학년 때 왕따를 당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혼자 끙끙거리지 않고 부모님께 자신의 문제를 말했다. 가족들과 담임선생님이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가해 학생을 만나 타이르며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다행히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만날 기회가 적어졌고 그 당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두 살 위의 아들이 사촌 동생을 많이 챙긴 덕분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에는 큰 상처로 남았고 절대 끄집어 낼 수 없는 비밀이 됐다.

 요즘 청소년 범죄는 성인의 범죄 못지않게 잔혹하기까지 하다. 불과 얼마 전 김해에도 상상하기도 싫은 청소년 범죄가 있었다. 청소년들이 한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비인격성과 집단성에 우리는 혀를 내둘렀다. 특히 조금도 자기 일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반성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더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과연 그 청소년들이 “태생부터 잘못된 놈일까” 하지만 우리는 그 아이들을 그렇게 나무라거나 “부모가 도대체 어떻게 교육했길래 애가 저 모양이야?”라며 그 부모를 향해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못돼먹은 청소년은 없고, 그런 가해자의 부모를 욕하는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비행청소년을 나무라기 전에 나는 내 자식을 잘못 훈육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어떤 노력들을 해 왔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슴에 품어야 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지켜줄게” 그리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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