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3:03 (토)
무상급식 갈등이 남긴 메시지
무상급식 갈등이 남긴 메시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9.09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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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홍 지사ㆍ박 교육감 양보 통해
무상급식 완전 타결 기대 고조
감사 수용 넘어 복지틀 확립을

 지난해 11월 교육청의 감사 거부로 촉발된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영남권 평균수준의 식품비 지원이란 경남도의 입장변화와 교육청의 감사수용으로 해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수준의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도지사 주민소환까지 추진하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의 요구가 여전하지만 경남교육청이 지원금액이 적더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분담비율에 대한 협상도 타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교육청 재정에 따른 분담여부다. 지난해처럼 28만 3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려면 식품비만 1천286억 원이 든다. 저소득층 의무급식에 들어가는 310억 원을 빼고 영남권 평균 분담비율 31.3%를 적용할 경우, 도와 시군의 부담액은 305억 원이고 교육청 부담액은 671억 원이며 의무급식비를 포함하면 981억 원이다.

 기본적인 학교환경 개선사업도 힘든 교육청이 급식에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옳은 방향도 아니다.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에 연간 330억 원가량을 투입하는 경남도마저 무상급식에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려워 보인다. 결론은 지난 10개월간의 무상급식 갈등은 도의 감사와 대상의 축소라는 결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박종훈 교육감은 8일 감사수용 발표 때 지난 10개월 간 엄청난 고통을 감수했고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며 자신에게는 면죄부를, 홍준표 지사에게는 책임을 떠넘겨졌다.

 사실 무상급식중단에 대한 ‘욕’은 홍 지사에게만 쏟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청에는 집회와 시위가 끊이질 않았고 주민소환 추진에다 총선을 의식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비난까지 욕이란 욕은 혼자 다 먹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을까. 홍 지사가 후손들에게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복지가 미래의 빚으로 돌아오는 짓은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위해 복지는 필요한 사람에게 더 주는 것이 옳다는 것에서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무차별적 무상급식이 아닌, 서민층 자녀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이고 기업트랙을 통한 일자리정책이며 서민자녀 우선채용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가 요구하는 대로 지원될 정도로 복지 요구를 수용할 만큼의 재정상태가 아니란 점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기준 국가부채는 645조 원이며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무려 249조 원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도 40%를 넘어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원인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복지예산이다. 이에다 선거 때면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복지확대를 약속, 성장 동력을 위한 예산은 줄어들고 복지예산과 국가 빚만 늘어나는 악순환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줄 것이다’라는 구호 아래 다 같이 망하는 길로 들어선 그리스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포퓰리즘의 광풍 앞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정치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교육과의 협의로 마무리된다면, 홍 지사는 무분별한 복지확대에 제동을 건 최초의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어쨌든 홍 지사의 일관된 재정건전화 정책으로 취임 당시 1조 4천억 원에 달하던 경남도의 부채가 3천 744억 원으로 줄었다. 하루 10억 원 꼴로 빚을 갚은 셈이다. 경남미래 50년을 위한 결과물이란 것에 평가받을 만하다. 예산대비 채무비율도 5%대로 재정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안전한 수준에 최초로 도달했다.

 가난이 고리가 돼 고리의 사채 문제로 머리채를 끌려 다니던 어머니의 아들 홍준표가 사상 최초 채무제로 광역단체 달성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분명하다.

 똑같이 나눠 지금 다 써버릴 것인가, 아니면 어려운 사람에게 더 주고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의 여부다. 이젠 크고 작은 앙금을 털고 정치적 이해관계나 일부사회단체의 주장에 앞서 미래를 위한 디딤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아무튼, 경남도민들은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10개월 이상 경남이 겪고 있는 갈등의 해소에 목말라한다. 감사수용을 계기로 보수 진보의 노선갈등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복지논쟁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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