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4:36 (금)
“입영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
“입영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5.09.01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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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병무청, 매월 세 번째 수요일 ‘홍보의 날’ 지정
입영문화제 '축제 한마당'… “병역 이행은 소중한 기회”
▲ 박창명(오른쪽 두 번째) 병무청장이 지난 4월 경상대학교에서 열린 ‘리얼 토크쇼’에 나와 병역의무자의 고충과 의견을 듣고 시민들에게 병무정보를 전했다.
 “입영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무가 있다. 예전에는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입대 전날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괴로움을 토하면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인상’을 썼다. 마지못해 가는 입대의 길이 즐거울 수 없었다.

 입영의 풍속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제대를 연기한 장병 87명이 ‘애국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묘한 타이밍에 뚱뚱한 사람은 9월부터 현역으로 입영하지 못하고 사회복무를 하게 된다는 뉴스가 떴다. 1만 명이 군대를 가는 대신 보충역으로 사회복무를 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병영의무 기피자 인적사항이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병영의무를 피하는 ‘의리 없는 친구’도 있지만 군대에 가고 싶어도 입병적체 때문에 손가락 꼽으며 그날을 기다리는 ‘의리의 사나이’도 많다.

 입영 환경이 슬픔 아닌 또 하나의 경험으로 색깔이 변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경남지방병무청장에 취임한 박명규(58) 청장은 “입영은 의무지만 밝은 마음으로 입영을 하면 우리나라가 더 밝아진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입영 홍보에 나서 젊은이들이 젊은 날 꼭 도전하고 싶은 상위 목록에 입대가 포함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방병무청은 매월 세 번째 수요일 ‘병무홍보의 날’이 되면 현장을 찾아 병무행정을 소개한다. 지난 4월 경상대학교에서 박창명 병무청장이 직접 ‘리얼 토크쇼’에 나와 병역의무자의 고충과 의견을 듣고 지역 축제의 장처럼 꾸민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병무정보를 전했다. 박명규 지방청장은 부임한 후 몇 개월 새 경남지사, 창원시장, 39사단장 등 유관기관장들은 만나 협조를 구하고 적극 병무행정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입영문화제는 입영을 축하하는 축제다. 경남병무청이 하반기 육군 제39사단에서 계획하고 있는 입영문화제는 예전 이별의 장에서 축하의 장으로 바뀌었다. 입영식에서 부모의 보살핌에 감사하는 세족식이나 부모님 업고 가기 등 행사를 통해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아들이 부모님의 귀에 대고 “부모님 그동안 감사합니다”라고 속삭이며 평소 듣지 못한 ‘사랑 고백’이 일어나는 곳도 입영문화제이다.

 또한 ‘고무신 선서’를 통해 남겨지는 여자친구가 군 생활 동안 마음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기는 기원하기도 한다. 다양한 공연으로 입영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남병무청에서는 하루 150명 정도가 신체검사를 받는다. 오전 오후로 나눠 받는 신검자들은 병무청 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는다. 박 경남지방병무청장은 “신검자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대접받고 스스로 군대를 간다는 마음이 들도록 특별히 신경을 쓴다”면서 “병역이 의무라는 생각에 앞서 ‘병역이행은 나와 가족을 위한 소중한 기회다’는 생각 전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역처분 기준 변경은 민감한 사항이다. 징병검사 때 신체등위가 1~3급으로 중졸ㆍ고교 중퇴자는 지난 7월 1일부터 보충역 처분을 받은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다. 올해 6월 30일 이전에 징병검사를 받은 의무자 중 해당자는 과체중을 가진 대상자도 사회복무를 하게 된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군대 가기가 대학 가기보다 어렵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현역병 입영 적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대학생 병역의무자는 전역 후 복학 등을 고려하면 고민이 많다. 이럴 땐 병역의무자가 학업과 병역이행을 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대학생들은 입영 시기나 입영날짜를 결정한 후 휴학을 내야 한다.

▲ 박명규 경남병무청장
“복무기간은 미래 준비 시간”

박명규 경남병무청장 인터뷰

 전문가형 리더인 박명규 경남지방병무청장은 온화한 성품으로 직장의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직원의 불편 사항을 수시로 챙기고 직급별 간담회를 실시해 소통에 힘쓴다.

 그는 1977년 병무청에 들어온 후 현역모집과장, 산업지원관장 등 사업부서와 운영지원과장까지 두루 거쳤다.

 특히 대변인실에 근무할 때 3대가 모두 현역으로 복무한 가문을 찾아 널리 알리는 병역명문가 사업과 모범 병사들의 문화탐방 사업을 추진했다.

 - 병역 이행을 앞둔 젊은이와 그들의 부모님은 그래도 걱정이 많은데.

 “결코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병역의무를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쌓는 징검다리로 생각하기 바란다. 복무 기간이 잃은 시간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면 이롭다. 부모님은 아이의 병역 이행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군 생활 동안 패기 넘치는 남자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후원자가 돼야 한다.”

 - 늦었지만 지방병무행정 책임자로 각오를 말하면.

 “1977년 병무청에 들어온 후 병무청 본청에서 19년 근무했다. 지방병무청장으로 직접 도민을 만나 소통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병무청 직원들은 민원인에게 친절하고 감동까지 선사하며 섬기는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겠다.”

 - 병무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매주 수요일 집중 홍보에 나선다. 수요일이 아니더라도 직원들과 고등학교를 찾아 병역의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병무설명회를 진행한다. 여러 지역 기관장을 찾아 협조을 구하기도 한다. 대학을 찾아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의 고충과 의견을 듣는다.”

 - 병역 의무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젊은 시절 하루하루는 너무 소중하다. 또한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젊은이는 찬란한 앞날을 꿈꾼다. 이런 젊은이에게 병역은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돼야 한다. 병역 이행이 전체 인생에 있어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병역 수행만큼 실제 나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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