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9:53 (토)
웃음ㆍ감동 ‘바리데기’
웃음ㆍ감동 ‘바리데기’
  • 김은아
  • 승인 2015.08.24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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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공연장을 나오면서 손수건으로 눈을 톡톡 인다. 공연 내내 웃었다, 울었다. 눈이 빨개진 것은 아닐까 혼자 걱정이다. 한동안 감동의 여운에 가슴이 젖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집에 계신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 싶다. 심호흡을 크게 하며 애써 마음을 다독여본다.

 구전설화 ‘바리데기’가 모든 이들의 입맛에 맞게 맛깔스럽게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버려진 아이 바리가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저승으로 떠나 그곳에서 겪은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동적이게 그려내었다. 아이들도 엄마도 할머니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이었다.

 관객과 함께하는 연극은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고 중간중간 웃음과 눈물이 함께했다. 배우들의 열정 넘치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옆자리 꼬맹이는 배우들의 짙은 분장에 처음에는 겁을 먹은 듯하더니 이내 그곳에 몰입되기 시작했다. ‘깔깔깔’ 웃기도 하고 훌쩍이기도 한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나오면서 “엄마, 나 버리지 않아서 고마워요. 내가 효도할게” 한다.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돌아가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 만족감이 묻어 있다.

 연극 ‘바리데기’는 김해문화의전당과 김해극단 ‘이루마’가 처음으로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무대에 올려진 연극은 ‘지역극단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단번에 날려 주었다. 공연 준비 내내 노심초사 했던 전당 사장님의 얼굴이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나서 활짝 피었다.

 이 한편의 연극으로 지역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서울 공연이 최고라 생각하고 언론이나 TV에 홍보됐던 것이 좋은 것이라 여겼다. 서울 공연들은 많은 돈을 주고라도 보려고 하지만, 지역공연이나 전시는 돈을 주고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들을 가진다. 그리고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잘 찾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연극 공연을 권하고 싶다. 그러면 그런 생각들에 조금씩의 변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아직도 40대를 넘는 사람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40대가 넘은 사람들이 1년에 공연장을 찾는 횟수가 1회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다. 어릴 적 문화를 즐길 여유가 없다 보니 왠지 그런 것들이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내고 문화를 즐겨 본 적이 없다 보니 그런 것에 돈을 투자한다는 것에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현실이 그러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들의 부모세대는 자식들을 굶기지 않고 공부를 시키는 것이 제일 우선이었다. 연극 공연을 보고 미술 전시회를 간다는 생각을 가져볼 수 없이 바삐 살아온 삶들이었다. 이제 여유가 생겨 문화를 즐기려고 하니 모든 것이 어색한 것이다. 왠지 그 자리가 불편하고 양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한복을 입은 사람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슬슬 자리를 피하게 된다.

 연극 ‘바리데기’를 계기로 공연이나 전시를 멀게만 느꼈던 40대 이상의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예술이 김해에도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의전당과 김해예술단체가 연극 ‘바리데기’처럼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며, 이 역할들을 충실히 잘 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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