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21 (금)
말만 매력적인 협업
말만 매력적인 협업
  • 김혜란
  • 승인 2015.08.12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분업해야 한다더니 또 협업해야 한다고 난리다. ‘협업’(collaboration)이라는 단어가 섹시하기는 하다. 4, 5년 새 너도나도 협업하겠다고 비장하게 거리로 나선 사장님들이 많다. 대기업에서부터 동네 자영업자들에게까지 협업이 새로운 사업아이템처럼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사장님들은 서로가 가진 자원을 합해서 뭔가 이득을 올리거나, 모여서 정보와 지식을 나누거나, 특히 다른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협업한다.

 기업 간의 협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1987년부터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간 제휴가 매년 25%씩 증가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울 때는 필요한 역량과 자원을 혼자서 구해서 일하는 것보다, 투자해서 얻는 열매와 함께 리스크도 함께 나누는 전략적 제휴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서로 ‘적’으로 여기던 경쟁사끼리의 협업, 다자 간 협업, 개방형 혁신과 같은 대단위 협업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 기업 간 협업이 성공한 확률은 5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나는 아이템인 줄 알았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협업이 왜 성공하기 힘들까? 사람 간 협업(inter-personal collaboration)이 잘 안돼서 그렇다고 한다. 늘 놓치는 부분이다. 일을 하는 것은 기업자체가 아니라 그 기업의 구성원인 직원 개인이다. 한 회사 안에서 다른 부서원들끼리 협력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서로 배경도 다르고 조직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한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상당기간이 지나면 어느 한쪽으로 흡수 통합되는 것도 아니고, 힘의 균형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언젠가는 갈라서야 하는 전략적 제휴에서는 우리 회사가 주도권을 쥐기가 정말 힘들다.

 협업은 의견일치(consensus)가 아니다. 만장일치의 오랜 전통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어떤 경우건 회의를 하면 의견일치를 보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 대해 협업하는 회사와 팀 전체의 의견일치를 보려다가는 끝없는 회의와 시간 낭비일 뿐인 토론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모든 참여자들의 말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결론을 내리고 실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노련한 리더가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협업에 대한 오랜 습성이 있다. 두레, 품앗이 등등 힘든 일을 늘 함께하려고 애썼던 DNA가 핏줄 속에 녹아있다.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 온 국민이 팔을 걷어붙이던 시절이 있었다. 가까운 예로 2002년 금모으기 운동이 떠오른다. 자원에 관한 협업이 국민전반에 걸쳐서 이뤄졌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시점에서 그런 종류의 협업은 통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너무 부질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내놓을 금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얼마 전 소상공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좌에 참석했다. 결론은 협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수합병보다 어렵다는 협업이 한국사회 가장 낮은 업장에서 지금 갱생하려고 애쓴다. 돈 안된다고 판단한 대기업들은 손을 뗐을망정, 자영업자도 아닌 소상공인들에게 협업이 해답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상공인이 사장으로서, 직원으로서,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들이 많다. 눈 빤히 뜨고 앉아 코 베이는 프랜차이즈사업만 해도 그렇다. 그만두자니 위약금 걸리고, 계속하자니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발 동동 구르며 피눈물 흘리고 버티기도 한계에 달했다. 그러니 혼자서 꿍꿍 앓고 있지 말자는 것이다. 정보조차 프랜차이즈 매니저가 던져 준 것을 들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품을 팔고 금쪽같은 시간을 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끼리 협업하면 낫다는 결론인데 왠지 씁쓸하다.

 유수 대기업도 실패확률 높은 협업을 소상공인에게 하라고 할 때는 비즈니스 코칭이나 대안 등을 좀 빵빵하게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협업을 하라길래 어떻게 하면 잘 될지를 컨설턴트에게 물으니 본인이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스스로 손해 보려고 마음먹으면 어쩌면 될 수도 있단다. 소상공인들, 말이 좋아서 사장님이지 빛 좋은 개살구가 태반이다. 진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에게 먼저 내려놓으라는 것은 손가락 빨면서 도 닦을 각오를 하라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협업! 단어조차 섹시한 이 대책의 소상공인용 업그레이드 버전을 좀 달라! 그것이 안된다면 대기업에서도 힘든 이 협업을, 한번 망하면 거리로 나앉을 사람들에게 창조경제 운운하며 함부로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