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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사람들(2). 제대로 놀게 하라
분노하는 사람들(2). 제대로 놀게 하라
  • 신은희
  • 승인 2015.08.06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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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카피처럼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또 학생들은 한창 방학 중이다. 그러나 이를 학수고대하고 기다렸다가 신나게 맘껏 즐긴 후, 그 만족감과 행복감을 재충전한 에너지로 다시 일터로 돌아가거나 새 학기를 맞이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휴가를 휴가답게,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해 무더위 속에서 잔뜩 부풀어 올라 이내 폭발할 것 같은 분노상태에 있지는 않을까? 충분히 그럴만하다.

 바로 ‘제대로 놀지 못하는 사람들’얘기다. 여기에는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들이 있다. 학업과 진학, 취업과 고용불안정, 장기간의 경기불황과 대책 없는 노후, 불안한 사회정세와 신뢰를 잃은 정치, 예측 불가한 사고들까지 어디 마음 놓고, 후련하게 놀아 볼 생각이나 기회조차 갖기 어렵게 한다. 답답한 현실,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런데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 즉 유희적 인간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궁속의 태아기 때부터 출생 후에도 놀이를 통해 발달과 성장을 거듭해가면서 일하기보다 놀기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놀이를 통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체험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또한 인격적 성숙과 인간적 유대감도 강하게 형성된다. 이렇게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놀이는 가정이나 또래집단, 학교, 사회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을 통해 꾸준히 이뤄질 때 삶의 즐거움과 재미를 더해주는 윤활유같이 생애주기에 따른 과업달성에도 큰 도움을 준다.

 또 놀이는 다양한 감각을 통한 감성으로 감정을 조절케 하고, 공감과 소통, 타협과 양보, 규칙과 질서, 승리와 패배를 배우게 하며, 합리적인 이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데, 이것이 곧 창의력의 발로다. 즉 같은 상황이라도 뛰어난 적응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적극적인 사고와 능동적, 협동적 인성이 배양된다. 인간은 공부하는 기계나 일하는 로봇이 아니며, 지식과 기술은 책이나 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이루는 사회는 반드시 소통과 협업이 요구된다. 그래서 놀이는 성인이나 노년기까지도 계속돼야 한다. 현실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우울감 해소, 증폭되는 적대감과 공격적 감정완화, 더 바람직한 삶을 위해서는 일을 떠나 홀가분한 놀이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놀이문화를 보자. 놀고 싶어도 제대로 놀 수 없는 환경과 상황들로 가득 차 있다. 언제부턴가 놀이도 교육의 틀에 맞춰져 일률적으로 프로그램화되고, 일정한 장소에서 의무적으로 시행 돼 강제성을 띠기도 한다. 또 제한된 공간과 통제된 시간의 억압된 상황아래 경쟁과 이해관계에 얽혀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연속선상에서 살아가다보니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급급해 놀고 싶은 욕구마저 상실하기도 한다. 그래서 급기야는 학업이나 업무의 중요성에 밀려서 놀이는 이제 사치나 맹목적 가치로 전락해버리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놀이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아졌다. 산업의 발달과 기계문명의 기술로 인해 자극적, 소모적, 폭력적, 퇴폐적인 방향의 잘못된 놀이가 난무한다. 이 오염된 놀이문화에 대중은 마약처럼 중독되고, 심신이 병들고 있다. 또 일시적 말초쾌락을 위한 상업적 소비문화는 점점 더 미성숙한 인격과 욕구불만을 누적시켜 파괴적 성향으로 분노조절장애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렇게 아픈 개개인으로 구성되는 사회는 아픈 사회다. 이제 치료를 위해 사회가 나설 때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놀이문화의 형성과 파급이 절실해지는 이유다.

 삶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을 떨쳐내 자신감을 회복하며, 격정과 미움의 분노가 사라지기를 바란다면 제대로 한 번 놀아보자. 업무영역과 분리되고, 휴식의 차원을 넘어선 온전한 놀이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극적, 반복적으로 지속해 보자. 특히 몸을 움직여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유쾌하게 놀아보라. 얼마나 상쾌하고 통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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