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7:24 (토)
가을ㆍ겨울에 휴가를 떠나자
가을ㆍ겨울에 휴가를 떠나자
  • 박춘국
  • 승인 2015.08.03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춘국 논설위원
 휴가로 도심이 비었다. 더위가 절정인 요즘 도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복잡하지 않아 좋은 점도 있다. 최근 실시한 한 휴가 관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름 휴가 여행 시기는 연도별로 큰 차이 없이 8월 초순(8/1~8/10)으로 계획하고 있는 경우가 34.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7월 하순(7/21~7/31), 8월 중순(8/11~8/20) 순으로 많았다. 국내 여름 휴가 여행 예정 장소는 ‘동해’가 55.2%로 가장 많았고, 여행지로는 ‘바다’를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이 66.2%로 가장 많았다.

 8월 초순에 바다, 그중에서도 동해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의미다. 이같이 한꺼번에 바다로 몰리다 보니 사고도 잦다. 최근 5년간 물놀이 사고로 연간 3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대한민국을 꽁꽁 얼게 했던 메르스 사망자(36명)보다 많은 숫자다.

 우리나라 사람의 휴가에 대한 또 다른 조사는 여름 휴가 여행은 ‘꼭 가야 한다’는 의견과 ‘안 가도 된다’는 의견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연령대가 낮을수록’ 여름 휴가 여행을 꼭 가야 한다는 응답이 좀 더 높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휴가는 일정한 기간 쉰다는 뜻이고, 프랑스에서 유래된 바캉스는 여름 휴양을 의미한다. 집에서 가족들과 쉬거나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피하던 우리의 휴가(休暇)가 기간도 길어지고 먼 곳으로 떠나면서 바캉스(vacance)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연간 1개월의 유급휴가가 주어지는 프랑스는 여름철이면 파리 등 대도시가 텅 빌 정도로 휴가를 떠난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여름 휴가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의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간 15일의 연차 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 기간을 몰아서 여름에 사용하기에는 아직은 눈치가 보이는 직장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세 자녀를 둔 필자에게도 대다수 가장처럼 여름 휴가는 부담스럽다. 복잡한 곳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여름이 오는 것이 싫을 정도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끼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것도 성가시지만 ‘성수기’라는 이름을 붙여 바가지요금을 받는 살인적인 피서지 물가도 밉다.

 지난주 먼 곳에서 선배 가족들이 필자의 고향인 거제도로 휴가를 오고 싶다고 해서 펜션을 예약해 주었다. 그런데 7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 4만 원인 숙박비가 24만 원이란다. 이마저도 미리 돈을 내지 않으면 없단다.

 비싼 숙박비도 불만이지만 먹거리도 평소의 두 배가 넘는다 하니 꼭 이 시기에 휴가를 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달콤한 제안을 한다. 8월 말이나 9월쯤 다른 사람들이 휴가 다 갔다 온 뒤에 오붓하게 우리끼리 다녀오자고. 아내도 반대하지 않는 기색이다. 여행지에서 사람대접받고 좋은 음식 싸게 먹고, 여름 성수기에 50만 원 넘는 호텔 숙박비는 10~20만 원만 내면 되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힐링 할 수 있어 일거삼득~오득인 가을여행을 가자고 가족들을 설득 중이다.

 최근 몇 차례 가족들과 겨울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있다. 한산한 여행지에서 귀빈 대접받는 것도 좋았지만, 물가가 싸서 여행경비가 절약됐다. 이곳저곳 여유롭게 다니면서 사색도 하고 곳곳에서 배우는 것도 많아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일에 대한 보상이며 1년 내내 가슴설레며 기다리는 달콤한 보너스인 휴가를 7월 말에서 8월 초,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꼭 보낼 필요가 있을까. 여름 휴가를 아꼈다가 가을이나 겨울에 사용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