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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계절
감자의 계절
  • 정창훈
  • 승인 2015.07.23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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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지난주 충북 영동에 있는 고향에 갔다. 중부지방은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다가 지난밤에 큰비가 내려 개울은 흙탕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장마 전선이 북상하면서 기다리던 단비가 전국에 내렸지만, 우려했던 가뭄 피해는 현실이었다. 호미를 몇 번을 움직여도 말라버린 포기마다 씨알이 작은 감자 한두 개씩만 나와 작년에 비해 감자 수확량은 절반도 안 됐다.

 고구마와 함께 대표적인 간식거리이자 다양한 요리와 함께 곁들여 먹는 감자(potato)는 가지과에 딸린 다년생 작물이다. 감자를 들어 올리면 말에 달린 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이 생겼다 해 ‘마령서(馬鈴薯)’라고도 불렸다. 이렇게 감자와 고구마는 생긴 모양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작물이다. 감자는 고추, 가지, 토마토, 담배와 함께 가지과에 속하는 작물이다. 감자에서 식용하는 부위를 흔히 고구마처럼 ‘뿌리’부분인 것으로 여기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줄기가 변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고구마의 뿌리와는 근본적으로 생성 원인이 다르다. 감자는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겹잎이고, 여름에 흰빛 또는 자줏빛 꽃이 핀다. 땅속줄기의 일부가 덩이 모양을 이룬 것을 ‘감자’라 하는데, 녹말이 많은 농작물이다. 남미의 안데스산맥이 원산이다. 우리나라에는 1698년부터 재배가 되기 시작했다.

 감자하면 포테이토칩이나 프렌치프라이를 떠 올려 간식거리로 생각하지만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작물이다.

 감자는 콩만큼 영양이 풍부하다고 해서 토두(土斗)라고 불리는데 예부터 한국인의 밥상에서 친숙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식탁마다 감자요리가 하도 풍부하고 흔해서 우리보다 유럽인들이 감자를 더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자는 우리 식탁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식재료로 생각해 제철 개념이 없는 편이지만, 6~10월이 제철이다. 이 시기를 감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특히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감자는 꽃이 피고 난 뒤 잎이 마르기 시작하면 수확하면 된다. 심은 후 평균 3달 정도 걸린다. 비가 오거나 토양이 과습할 때 수확을 하면 부패를 가져오므로 토양이 건조한 날을 선택해 지상부를 제거한 후 괭이나 호미를 이용해 수확한다. 보통 파종 후 100일 이후에는 수량은 증대하나 품질이 떨어지므로 파종 후 100일을 전, 후해 수확하는 것이 좋다.

 어린 시절 산골마을에 살던 우리 집도 가을이면 산에 불을 질러 나무를 태우고 거기에 밭을 일구어 옥수수와 감자를 심은 적이 있었는데 ‘화전 밭’ 혹은 ‘산비탈 밭’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경사가 심한 산비탈에 있는 감자나 옥수수밭에서 일을 할 때 경사가 심해 항상 선을 오르는 자세로 일을 해야 했다. 감자를 수확할 때는 자연스럽게 감자가 밭 밑으로 굴러서 주워 담는 것은 쉬웠다. 척박한 돌산 비탈에서도 어김없이 주먹만 한 덩이줄기를 만들어내는 고마운 식물이었다.

 감자는 삶아서 주식 또는 간식으로 하고,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볶음, 전, 탕, 국, 범벅 등 모든 요리에 다방면으로 쓰인다. 감자는 희석시 소주의 원료와 알코올의 원료로 사용되고, 감자녹말은 당면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어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감자를 많이 섭취하고 있다. 감자는 설탕으로 간을 하는 경우, 감자의 비타민 B1이 설탕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소비돼 영양학적으로는 좋지 않다.

 감자의 효능과 효과를 살펴보면 첫째, 염분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고혈압이나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감자에는 비타민C와 함께 칼륨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데, 감자에 함유된 칼륨은 혈액 안의 염분을 체외로 배출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어 몸 안의 염분 밸런스를 빼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의 예방이 된다. 둘째, 붓기의 원인으로 수분대사의 저하나 염분 과다 섭취를 들 수 있는데, 체외에 염분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감자를 섭취하면 붓기 예방ㆍ개선이 된다. 셋째, 당뇨병이나 심장의 활동 저하 부정맥은 칼륨이 부족해지면 나타나는데 감자의 주성분인 칼륨을 적극 섭취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넷째, 감자는 알칼리성의 야채이며 혈액의 요산 증가를 막기 위해 통풍, 괴혈병, 구루병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육류, 어류, 유제품과 같이 먹으면 매우 좋은 야채이다. 다섯째, 영양소가 풍부하고 칼로리도 낮은 감자는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여섯째, 깊은 화상은 전문의 치료를 따르지만, 해수욕장 등에 탄 피부는 감자를 생즙으로 만들어 스프레이로 뿌려주면 빠르게 피부가 진정된다.

 세계 장수식품 가운데 하나로도 꼽히는 감자는 그 어떤 식품보다도 영양분이 풍부하다. 미국 농무성은 매일 우유와 함께 감자 한 두 개만 먹어도 인체 유지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는 공급된다고 말할 정도로 감자는 완벽에 가까운 식품이다.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살을 가득 담아 고소하고 파삭한 식감의 햇감자는 당분과 전분이 풍부하다. 요즘같이 감자가 제 철인 때에는 맛이 좋은 생감자를 쪄서 먹으면 감자 맛과 영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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