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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 공격에 노출된 허점 개선해야
벌크 공격에 노출된 허점 개선해야
  • 권우상
  • 승인 2015.07.22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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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주식개방 후 적대적 M&A 증가
차익 노린 외국의 의도적 인수 합병
경영진 방어 위한 대응체계 마련을

 국제화 시대를 맞아 외국계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사냥하는 이른바 벌커(Bulk Eagle)들이 적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기업합병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자산이나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기업인수가 결합된 개념으로 타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그 기업을 매수하거나 합병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 확보를 통한 M&A가 주를 이루며,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M&A는 우호적 M&A와 적대적 M&A가 있다. 전자는 각 기업의 경영진과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며 후자는 경영진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주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외자유치와 시장에 의한 경영감시라는 명목하에 외국인의 투자 한도와 주식취득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자본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됐다. 그 후 외국자본의 지분비율이 급증하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M&A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소버린’이나 ‘론스타’, ‘헤르메스’와 같은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 사건이나 부적절한 경영간섭사건 등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부적절한 M&A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같은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로 인해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에 무방비한 상태로 놓여 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주식시장과 경영합리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진 우월한 정보나 선진투자기법 등의 유입으로 시장의 효율성이 제고됐다. 또한 글로벌스탠더드의 도입에 대한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시장 제도의 개선이나 투명성을 제고했을 뿐 아니라 회계제도의 개선이나 경영진에 대한 감시 등을 통해 부적절한 경영 관행에 제동을 걸고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 풍토를 조성했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 국내 매수 기반이 취약해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에 의해 주가가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주식의 대량소유제한 규정 폐지에 따라 상장법인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25% 이상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일정비율(50%+1주) 이상의 주식을 공개매수해야 했던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됐지만 외환위기 이후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증권시장의 M&A 기능을 위축시켜 기업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지적과 IMF의 적대적 M&A 허용 및 폐지 요구에 따라 1998년에 동 제도를 폐지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및 고용안정과 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필요한 외국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M&A의 외국인 직접투자에 관해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현재 외국인은 공공적 법인의 주식취득에 따른 지분율소유제한을 제외하고는 국내 회사의 주식취득에는 제한이 없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일방적으로 공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대적 M&A 제도가 변경되자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폐지 등 적대적 M&A 제도는 활성화된 반면, 방어장치 마련은 미흡한 상황이다.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이런 허점을 악용해 외국기업이 자본금이 열악하거나 부실한 우리나라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합병하는 척하면서 주가가 오르면 즉각 팔아치워 시세차익만 챙기고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계 y기업이 국내 기업을 싼값에 매수한 후 M&A을 하면서 주식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자 y기업은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 6천300여 억 원을 가지고 떠났다. 이런 것을 ‘벌크‘라고 한다. 벌크(bulk eagle)는 사람의 시체를 뜯어 먹는 독수리를 말한다. 문제는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을 사냥하는 ‘벌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M&A 제도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번 삼성-엘리엇 사태를 교훈 삼아 해외자본의 공격에 대해 국내 기업 스스로 지배 구조를 점검하고 정부도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장치와 제도를 개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이 거의 개방돼 있는 만큼 M&A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 외국 기업들이 경영권 공격에 방어하는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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