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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가족 품기
지구촌 가족 품기
  • 김혜란
  • 승인 2015.07.22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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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ㆍ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지난 4월 네팔에서는 큰 지진이 났다. 1934년 비하르 지진 이후 네팔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고 했다. 5월에도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이어졌다. 이 지진들로 네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8천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트만두 계곡의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과 같은 여러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파괴됐고, 에베레스트 산에도 눈사태가 발생해 2014년 에베레스트 눈사태 이후 최다 사망자가 발생했다. 리히터 규모 7.8과 7.3의 강력한 지진은 건축물 등에 내진설계를 고려한 경우가 거의 없는 피해지역의 집과 가옥을 대부분 주저앉혔다.

 과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수년 전부터 예견했지만 네팔 당국이 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5년 전 약 30만 명이 숨지고 1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규모 7.0의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나자 대다수의 지진 전문가들은 ‘다음 대지진은 네팔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당시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네팔 지진의 강도까지 비슷하다.

 실제로 세계적인 지진 전문가들은 4월 강진이 발생하기 1주일 전에 카트만두에 모여 1934년 당시 규모의 강진이 재발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기도 했지만 대피활동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세계인들은 경악했고 도우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네팔로 향했다. 지금도 네팔 현장에서 땀 흘리는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네팔의 지진은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저 뉴스속보였을 뿐, 기억 속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우리나라 사정도 경악할 일 투성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네팔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의 일이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지금도 여전히 마치 우리나라 일처럼, 아니, 대한민국 국민의 일보다 더 자세히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대부분의 국민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는 중에도 절대 잊지 못하고 네팔을 향해 눈물을 흘리고 발을 구르는 또 다른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었다. 바로 네팔에서 대한민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이다. 네팔 지진피해와 관련 있는 경상남도 내 가구는 66가구다. 이들 중 14가구가 경상남도의 긴급 지원으로 6월 29일부터 7월 6일까지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친정 방문길에 올랐다.

 이들을 인솔한 승혜경 경남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장에 의하면 경상남도로부터 왕복 항공료와 8일간의 현지 체재비와 교통비 등을 제공받았고 각종 지원을 합해서 1인당 평균 330만 원 상당을 챙겨갔다고 한다. 또한 지진피해를 입었지만 개별 사정으로 방문하지 못하는 52가구도 물품들이 별도로 지원됐다.

 경남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는 네팔에서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피해조사팀이 꾸려졌고 상담을 통해 도울 방법을 모색했다. 특히 방문할 것이 나은지 아니면 직접 가는 비용을 더해 지원을 더 많이 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이번에 네팔 친정을 방문한 이주여성들은 무엇보다도 심리적 안정을 소망하는 사람들이었다. 얼굴 보고 가족의 무사함을 확인해야 살 것 같은 ‘인간’들이었다.

 사실 네팔은 가난한 나라다. 어쩌면 이주여성들의 대부분이 한국에 온 이유도 가난에서 자유롭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곳에 갈 비용으로 지원을 더하는 것이 이로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족의 얼굴을 보고 와야 이곳 생활이 가능하겠다고 말하는 심정 역시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예상하던 대로 네팔 정부는 지진의 피해를 복구할 능력이 태부족이었다. 피해입은 네팔 국민들은 천막생활에 빠르게 지쳐가고 있었으며, 치안이 힘든 그곳 생활 속에서 특히 여성들과 어린이들은 성폭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가슴 저렸다. 아직도 여진이 있고 물 부족, 먹을 음식 부족은 며칠 있는 동안에도 짐작한 것보다 심했다. 한 일간지를 통해 이들의 방문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한국과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향을 다녀온 이주여성들은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고 이번 추석에 2차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네팔 사람들은 친정을 방문한 이주여성들과 한국의 온정에 뜨겁게 감사를 전했다니 참 미안하다. 네팔 출신 이주여성들이 현지로 떠나기 전 5월 한 달 동안 직접 나서서 도내 각 지역에서 모금활동을 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 치 건너라고 하지 말자. 네팔 이주여성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조금만 더 곁을 내 주고 내 가족으로 여기자. 우리는 남이 아니다. 진정한 ‘세계인’, 진정한 ‘글로벌’의 의미와 실천은 이럴 때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도 네팔지진을 일으킨 지형에서 분명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지구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세계인’이고 ‘글로벌’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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