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1:37 (금)
김해 실리콘밸리 꿈꾼다
김해 실리콘밸리 꿈꾼다
  • 원종하
  • 승인 2015.07.15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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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로벌 경제 통상학부 교수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功)이란 의미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는 우리 사회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그만큼 이 단어의 사용도와 활용도가 적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개천에서 용(龍)이 날 수 없도록 개천물이 말라버린 시대가 되면서 경제적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고생 속에서 공부해 이룰 수 있는 공은 작아졌다.

 대학은 상시 구조조정의 위기에 처해있다. 그동안 늘어났던 인원을 이제는 감축하기 위한 묘수가 필요하다. 이미 중앙대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각 대학의 인원을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정책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성사되기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향후에는 대학 내부에서 인원을 조정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풍선효과가 생기더라도 당장 취업이 잘되는 이공계로 인문계열 정원을 옮기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책임을 묻기도 힘들고 결과도 몇 년 뒤에 나와 그 사이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문적 가치나 국가적 미래에 필요한 인재육성과는 무관하게 당장 입학정원에 미달되거나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가 피해를 보기 쉽다. 학령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라 할지라도 지방사립대학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야간대학이 많이 없어졌다. 수요(需要)감소가 주원인이겠지만 단일 학과가 주간과 야간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기가 쉽다는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다. 한때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대명사였던 야간대학의 성공신화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야간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 합격과 은행원이 되는 등 야간대학은 우리사회에서 돈 없고 기댈 곳 없는 그늘진 젊은이들에게 한줄기의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도 야간인 경영통상학과가 개설된 지 16년이 됐다. 그동안 경남부산지역 최고경영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선진 경영기법과 경제 동향 등 CEO의사결정과정에 도움을 주는 지식들을 전수 했다. 또한 경제를 지탱할 전문적인 근로자를 훈련시키는 중요한 기능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평균 입학연령이 점점 젊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최고경영층 입학이 감소하고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업1세대의 나이가 고령화돼가고 있고 1.5세대의 최고경영자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교육의 투자수익률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름대로 분석해 본다. 분명한 것은 학생수요자 중심에서 왜 야간대학에 오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가 이다. 그동안 근로자를 위한 교육, 최고경영자를 위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가업승계를 포함해 최고경영자가 될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창업을 희망하는 끼와 열정으로 뭉친 젊은 사람들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인제대학교로 몰려들고 졸업 후에는 김해지역에서 창업의 터전을 마련해 경제적인 활동을 해 나간다면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이 실리콘 밸리를 만드는데 전진기지가 됐듯이 인제대가 김해 모바일 밸리(Mobile Valley)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 믿는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터먼 교수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대학의 산학협력 중심 철학이 만들어낸 합작품이 실리콘밸리다. 왜 안 될까 하는 와이 낫(why not)의 정신이 필요하다. 안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의 상상력과 계획은 멈출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학문교육과 전문교육을 강조한 커리큘럼은 금융교육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창업 중심 커리큘럼으로 바꿔 변화된 사회의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창업의 허브역할을 감당할 때 생존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성장과 고용을 위해 아직도 애플의 스티브잡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업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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