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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펴보는 마시멜로 이야기
다시 살펴보는 마시멜로 이야기
  • 이유갑
  • 승인 2015.06.30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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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지효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심리학박사
 ‘참을 인(忍)자가 세 개면 죽음도 면하게 한다’는 옛말이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만큼 자신의 욕구를 참고 감정을 절제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만들어진 교훈이라 생각된다.

 스스로의 감정조절이나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실을 보면서 자기 절제력(self control ability)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Freud)는 인간의 내면에는 원초적 욕구인 이드(id)와 현실적인 절제력인 에고(ego), 그리고 양심의 기능을 담당하는 슈퍼 에고(super ego)가 있다고 전제했다. 갓난아기나 어린 시절에는 무분별한 욕구 충족의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이드적 존재라고도 하며, 부모는 어느 정도 이런 원초적인 욕구 충족을 허용해 준다.

 자녀들이 조금씩 나이가 들게 되면 부모들은 모든 욕구가 충족되도록 허용하지 않고, 자녀 스스로 조금씩 스스로의 욕구 만족을 지연시키고 참고 견디도록 가르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 조절능력이 생겨난다. 그래서 에고가 튼튼하게 형성된 사람은 현실 적응력이 높아 어려움을 잘 이겨나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의 미래인 아동청소년들에게서 현실적인 자기 조절능력 혹은 자기 절제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 교육적으로 함축하는 의미가 많은 마시멜로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에서 250만 부 이상 지속적으로 팔린 스테디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미시멜로 법칙이 만들어진 연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미쉘(Mischel) 박사는 오래 전부터 어린 아동들의 욕구만족의 지연능력과 관련한 연구를 계속해 왔는데, 1966년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부설 유아원의 어린이들 653명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연구자는 “지금 마시멜로를 먹으면 1개만 먹을 수 있고, 15분 기다리면 2개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 실험 상황에서 아이들이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딘 평균 시간은 3분이었고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30초도 지나지 않아서 마시멜로를 먹어 버렸다. 나중에 돌아올 더 큰 보상을 기대하면서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낸 아이들은 참가자의 30% 정도였다.

 미쉘 박사 연구팀들은 15년이 지난 1981년, 이전 실험에서 오래 기다린 집단의 아이들과 기다리지 못한 집단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제해결 능력, 계획수행 능력, SAT(미국 대입수능시험) 등을 조사해 보았다. 연구진들은 15분을 기다렸던 집단의 아이들은 30초도 기다리지 못했던 집단의 아이들보다 SAT 평균점수가 210점이나 높게 나온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의 모든 분야에서 기다린 아이들이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의 삶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시사 주간지 뉴요커는 최신호에서 밝혀 주고 있다. 마시멜로 법칙의 후속 연구에서 나온 결과는 실험 당시에 마시멜로의 유혹을 오래 견딘 그룹의 아이들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그룹의 아이들보다 사회경제적인 구체적 지표에서 확실하게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결과에서 욕구만족의 지연능력이나 자기 절제력이 미래의 성공을 예측요인으로서 지능지수(IQ)보다도 더 정확함을 명확하게 보여주었고, 인종이나 민족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부모나 교육자들은 매력적인 이 연구의 결과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주 최근에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진이 시행한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55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업무기억 능력을 평가하는 실험에서 자기통제를 잘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깨진 유리창’이라는 책에는 유리창이 깨어진 즉시 치우면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그것을 방치하게 되면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그 주변은 쓰레기 더미로 변한다는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작은 차이가 아주 큰 차이를 만든다’는 진리를 우리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셀 박사팀은 단순히 마시멜로를 먹고 안 먹고의 차이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욕구만족을 조절할 줄 아는 이 작은 차이가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를 통해 일찍부터 자녀들에게 허용되는 것과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것을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일깨워주려는 부모들의 보다 적극적인 훈육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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