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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해태상 세우는 이유
관공서, 해태상 세우는 이유
  • 송종복
  • 승인 2015.06.22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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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ㆍ회장
 해태는 전설속의 ‘시비와 선악을 판단한다는 상상의 동물’로서 ‘해치’가 원어이다. ‘해’는 부정한 사람을 보면 뿔로 받는다는 뜻이고 ‘치’는 웅크리고 노려본다는 뜻이다. 이 짐승은 머리에 뿔이 하나있는 일각수(一角獸)이다. 즉, 기린처럼 생긴 머리에 외뿔이 돋쳐 있고, 우수마면(牛首馬面)에 발톱은 둘로 갈라져 있다. 목에는 방울을 달고, 몸에는 비늘로 덮여있고, 겨드랑이에 깃털이 나 있다.

 임금이 형벌을 다스리면 해태가 조정에 나타나 나쁜 사람은 뿔로 박아버리고 잘못된 사람을 물어뜯는 정의로운 짐승이다. 다른 동물은 왕이나 성인이 태어나거나 크게 활약할 때 나타나지만, 해태는 왕이 재판을 행사할 때에만 나타난다. 주로 대궐입구에 부릅뜬 두 눈과 우뚝 솟은 뿔을 조각한 것이 해태상이다. 경복궁 근정전 앞뜰 영제교 양편 석축위에 해태상이 넷 있다. 이는 궁궐에 들어서는 사람 중에 마음이 바르지 못하거나, 인성이 나쁜 사람은 저절로 위축돼 바른 마음을 가지게 하라는 뜻이다.

 중국 초(楚)나라는 해태를 사법의 상징으로 법관 의복에 해태장식을 했고, 법관이 쓰는 관을 ‘해태관’이라 했다. 조선시대의 사헌부는 관리를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곳인데, 고관인 대사헌이 입는 관복의 흉배에 해태를 새겼고, 머리에는 ‘해태관’을 썼다. 지금도 입법기관인 국회의사당에, 서초동의 사법기관에, 행정기관인 종합청사(전,중앙청) 앞에 해태상이 세워져 있다. 이는 해태처럼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항상 경계하며 정의의 편에 서서 백성을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또 한편 해태는 물에 사는 짐승이기에 오행설에 불을 막아주는 신수(神獸)로 믿었던 것이다.

‘동국세기’에 의하면 호랑이 그림은 대문에, 개는 광문, 닭은 중문, 해태는 부엌에 붙였다고 한다. 부엌에 붙인 것을 보면 화재를 막아주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의미까지 담겨있다. 경복궁 앞에 한 쌍의 해태상을 세운 이유는, 서울은 수도로서 명당이기는 하나, 반대로 화마(불)에 약하다고 한다. 특히 관악산은 불의 기운이 강한 산인데 경복궁 뒤의 북악산이 관악산보다 낮아서 그 기운을 막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개의 ‘해태상’을 세웠다. 대원군은 불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궁궐을 재건하면서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의미로 해태상을 장식했다.

 중국 곳곳에 세워진 해태는 하나같이 외뿔이 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 세워진 해태 상에는 뿔이 없다. 우리도 해태에 관한 기록이 있고 인식도 있었으며 중국의 해태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도처에는 뿔 없는 해태상이 세워져 있다. 시비사정(是非邪正)을 분별하는 능력을 상징하는 ‘뿔’이 없는 해태는 해태일 수 없다. 영어로는 ‘Foo Dog’라 하며 모든 것을 다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춘 상상의 짐승으로 풀이한다. 일본은 해태(海陀)라 부르고 몸은 양과 비슷하고 네 개의 다리와 한 개의 뿔이 있다. 고대 법관들은 해태의 머리 모양을 본떠 뿔 모양을 만들어 붙인 해치관을 썼다. 뿔로써 해태처럼 시비와 선악을 올바르게 판단해서 권선징악의 바른 법도를 세워 달라는 당부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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