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1:21 (금)
임대인과 임차인
임대인과 임차인
  • 정창훈
  • 승인 2015.06.2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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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회사에서 오산시 세마역 인근에 오피스텔을 계약했는데 보증금을 전액 납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하게 됐다. 조금 부족한 보증금을 며칠 뒤 주기로 했지만 건물관리 담당자는 즉시 나가라고 했다. 잔금을 전액 납부하지 않고 입주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뭐 그리 심하게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계약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잔금 중에 일부를 며칠 내로 준다고 한 것을 믿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몰려왔다.

 20대 후반에 창원 용호동에서 상가 30평을 임차해 교육 사업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했는데 건물주는 매년 임대료를 인상했다. 기본적으로 임대료 인상은 감수해야 하지만 적게 올려달라고 부탁도 드렸지만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임차료를 어제 인상을 한 것 같은데 일 년은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건물을 임차하면 매월 임차료를 꼬박꼬박 제날짜에 드려야 한다. 임차료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쉬는 날도 없이 택시 미터기처럼 돌아간다는 생각에 주일에도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일을 한 것 같다. 적은 자본으로 건물을 임차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와 공간을 주셨던 건물주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더욱 불안한 것은 계약이 만료되면 그만두고 나가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다. 상가임대차계약에서는 임대차 종료 시에 목적물을 원상으로 회복해 반환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계약서에 이러한 조항이 없다 하더라도 ‘임차인은 법률에 따라 임차 목적물을 원상으로 회복해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의 사건 사고나 현안을 취재 보도하는 MBC의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1천회를 맞이해 20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했다. 이들 중 88.4%가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부동산 임대업’이라고 했다. 임대 수익이 좋을 때는 맑은 공기마저 자신을 위해 준비돼 있다고 말하는 지식인들, 임대업이 꿈이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현실이다.

 그런데 임대업이 장래희망이라고 하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 친구들 중엔 “그럴 만도 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회사를 다닌다고 해도 일이 힘들고 아이 교육이 걱정될 때면 24시간 함께 일을 했던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 “빌딩 하나 가지고 월세 받아먹고 살면 얼마나 편할까”하는 희망을 가져 본적이 있었다.

 임대업이 꿈이라고 말한 아이는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일 거다. “월세 받아먹는 게 뭐냐”고 부모에게 물어보고 인터넷도 찾아봤을 것이다. 결국 아이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됐을 거다. 그리고 꿈이 됐을 것이다.

 부동산임대업의 사전적 의미는 부동산을 조성 혹은 개량한 후에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활동이다. 현재 많은 분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부동산 임대업을 꿈꾸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월세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하면 안정적일 것이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월세가 그렇게 안정적으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의 사정에 의해 연기될 수 있고 계약 도중에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주, 집주인이라는 사회적인 시선도 긍정적이진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시선이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곧 분쟁이 생겼을 경우 ‘집주인’의 편에 설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회는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상가권리금을 법제화하고 상가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의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방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종전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 지급을 방해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 등으로 규정했다.

 상가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상가권리금‘이 법적으로 보호되면서 창업을 준비준인 자영업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건물을 임차해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통해 수익도 올리고 어느 시점에는 직접 건물을 지어서 자기 사업도 하고 임대업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고 체결한 계약서에 의해 상호 간의 권리와 의무가 이행돼야 한다. 특별히 임대인은 임차인이 하고 있는 사업이 진심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이 돼야 한다. 임대차계약은 계약 전에 인간적인 관계형성이 우선 됐으면 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에게 가족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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