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5:57 (토)
스마트폰과의 담판
스마트폰과의 담판
  • 김혜란
  • 승인 2015.06.17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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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ㆍ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지갑이 헐거워지면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것인지와 어떤항목을 줄여야 할지다. 요즘 같아서는 어떤 항목의 지출을 줄여야 할지에 더 신경이 쓰인다. 쉽게 걸려드는 항목이 있다. 통신비용, 즉, 스마트폰 사용료이다. 세 식구 3대 사용에 기기값과 한 달 사용료를 합해서 매달 30만 원 정도가 나간다. 게임에 중독된 가족도 없고 특별히 초를 다투는 업무를 하는 사람도 없지만, 통신비용이 꽤 나가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신속한 정보검색과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길 찾기도 도와주며 통역도 해 준다. 이렇게 도깨비방망이 같은 스마트폰이지만 한 번 더 담판을 지어야 할 때가 왔다.

 통신 관련 비용을 줄일 근거를 찾아보자. 처음 스마트폰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빠른 정보검색과 의사소통으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얻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전혀 여유가 생긴 것 같지 않다. 더 바쁘기만 하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더 늘었다. 궁금한 것은 손쉽게 검색으로 알 수 있지만 깊이 있는 탐구는 안 된다. 리포트의 페이지는 늘었지만 자신이 직접 조사하고 연구하고 생각한 리포트는 줄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과 의사소통은 가능해졌지만 가까운 사람과 정을 나누는 시간도 줄었다. 여러 미디어의 풍부한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지만 가슴에 오래 남는 콘텐츠는 별로 없다. 결국 좋아서 선택한 이유가 멀리해야 할 이유가 돼버렸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각종 정보통신 혁명의 도구들은 늘 같았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들은 빠르고 쉽게 사람들을 연결해주지만 진정한 정을 나누는 인간관계는 없애고 있고, 엄청난 정보를 만나게 해 주지만 남는 것은 감각적인 정보뿐이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벌어 하고 싶었던 일이 따로 있었는데, 어느새 그 일은 까맣게 잊고 계속 스마트폰만 쓰다듬고 있다. 비싼 값을 치르고 얻어낸 시간을 또 고스란히 바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과감히 스마트폰을 던지고 남은 돈과 시간으로 여유롭게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스마트폰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최소한의 관계 맺기도 불편하다.

 스마트폰은 이미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통신비용도 줄이고 그로 인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을까? 일단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읽자. 한때 학교 교과서까지 전자책으로 바꾼다고 했지만 많은 학자들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이 높다고 주장했다. 액정화면 속 전자문자보다는 손의 감촉으로 넘기고 냄새 맡으며 읽는 종이책이 사람의 감성을 건드린다.

 손 글씨도 써보자. 정성 들여 쓴 손 글씨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스마트폰을 떼 놓고 할 수 있는 운동을 하자. 특히 몸을 움직이거나 공을 이용한 스포츠라야 스마트폰을 놓을 수 있다.

 악기는 어떨까. 악기를 손으로 만지려면 스마트폰을 떼놓을 수밖에 없다. 만인의 언어라는 음악을 악기를 통해 즐기며 또 다른 소통의 도구로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키우자. 애완동물과 보내는 시간은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멀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식물을 가꾸거나 감상하면서도 스마트폰과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과감히 스마트폰 전원을 끄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자. 부모님과 스승과 함께하는 시간, 오랜만의 부부 데이트, 영화관이나 미술관 같은 공간에 들어갈 때 등이다. 분초를 다투는 일이 아니라면 용기를 내자.

 어쩌면 인간 삶의 해답은 균형에 있다. 스마트폰은 과학이 현대인에게 준 좋은 선물이지만 무조건 많이 사용하는 것이 누리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의 반대 기능, 즉, 아날로그적인 면을 찾아서 채울 때 균형이 잡히고 비로소 스마트폰은 좋은 도구이자 진정한 혜택이 될 수 있다.

 문득 깨달은 결론이다. 통신 관련 비용을 먼저 줄이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책을 잡고, 애완동물과 시간을 보내고, 화초에 물 주는데 시간을 보내면 그 비용은 저절로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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