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12 (금)
대가야에서 금관가야 배우다
대가야에서 금관가야 배우다
  • 김은아
  • 승인 2015.06.01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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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며칠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가려 조금은 선선한 아침을 맞고 있다. 기다리고 기대하던 회현동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봉황대의 향기’가 고령 대가야로 현장견학을 가는 날이다. 가야 전기의 종주국 금관가야에서 후기 종주국 대가야를 탐방하는 길은 모두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1시간 30여 분을 달린 버스가 고령박물관에 멈췄다. 미리 연락을 한 덕분에 해설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야의 역사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기대는 해설사의 첫 설명에서부터 빗나갔다. “가야산신과 하늘신 사이에 태어난 두 형제 가운데 형은 대가야 시조인 이진아시왕이 되고, 동생은 금관가야의 시조 수로왕이 됐다”는 대가야의 건국신화에 모두들 발끈했다. 무슨 말이냐며 가야의 건국신화는 “하늘에서 내려온 6개의 황금 알이 깨어 6명의 동자가 됐는데, 가장 먼저 깨어 나온 동자가 금관가야의 수로왕이 됐고 나머지 다섯 동자가 다섯 가야의 왕이 됐다”며 처음부터 설전이 벌어졌다. 어느 것이 맞다, 틀렸다 할 수는 없지만 김해 어르신들의 우리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뿌듯했다.

 10여 분을 달려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싸고 산 위에는 대가야시대의 주산성이 있는 지산리에 도착했다. 그 산성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위에는 대가야의 무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700여 개의 봉분 속 그들은 누구일까?

 대가야왕릉전시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인 지산리 44호분 전시관으로 내부를 원래의 모습대로 재현해 놓아 관람객들이 실물크기의 무덤 속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대성동 고분에서 보지 못한 순장무덤의 웅장함을 접했다. 그리고 지산리 고분에서 대성동 고분과 많은 유사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곳에는 우륵이 가야금을 켜며 우리를 먼저 반겼다. 반가운 마음에 박물관을 들어서기 전 우륵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를 대표하는 가야금은 우륵이 가실왕의 명을 받아 만들었고 전해진다. 우륵은 정정골에서 제자들과 가야금을 연주했다고 한다.

 나는 정정골에서 초선대를 찾고 있다. 초선대는 우륵보다 훨씬 전인 가락국의 거등왕이 칠점산의 선인을 초대해 가야금과 바둑을 서로 즐겼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대가야의 우륵보다 훨씬 먼저 금관가야에서 가야금으로 풍류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고령처럼 초선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아쉽다.

 걸음을 옮겨 박물관에서 복제품으로 설명을 들었던 양전동 암각화를 찾았다. 그곳에서 전통문화를 탐방하는 대학생들을 만나 함께 가야의 역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학생들의 설명처럼 ‘가야를 세운 왕이 탄생한 알터’로 수로왕의 건국신화를 이곳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는 대가야와 금관가야가 함께 있었다. 결국 가야가 여럿이 아닌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영남 사림파의 종조(宗祖)인 김종직선생의 후손들이 400여 년간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개실마을을 들렀다. 꽃이 피고 골이 아름다워 개실이라 불려진 이곳은 전통한옥이 사방의 산에 둘러싸여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개실마을은 딸기수확체험, 딸기쨈 만들기, 한과 만들기, 윷 만들기, 전통놀이, 예절교육, 농촌민박체험을 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찾고 있었다. 툇마루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던 어르신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마을을 둘러보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가지는 것 같았다.

 유난히 짧게만 느껴졌던 하루였다. 김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소도시이지만 문화유적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에는 본받을 점이 많았다. 인위적이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며 그 안에서 새롭게 발전시키며 옛 것을 지켜나가려는 그들을 보며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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