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귀속적인 신분에 따라 개인의 삶이 결정됐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되고, 각각의 일련의 자격시험이라는 과정과 능력에 따라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즉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자신의 삶을 바꾸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시험(examination)이란 지식수준이나 기술의 숙달 정도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험을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인생이 모두 시험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치열한 경쟁사회는 거대한 시험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다양한 형태의 시험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한자시험 부정행위가 만연한 데는 무엇보다 허술한 관리ㆍ감독 탓이 크다. 국가공인 한자시험을 주관하는 곳이 무려 10곳에 이를 정도로 난립해 있다 보니 정부의 관리ㆍ감독에 구멍이 나기 쉬운 구조이다. 시험 주관사를 대폭 통폐합하거나 허가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자는 비록 중국에서 유래한 글자이지만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글자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우리의 말 자체가 한자와 연결돼 있는데 이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문.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학교에서는 교육 부담 증가로 한자를 공식적으로 교과과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모양이지만 무엇이든 배우는 것은 힘들다. 힘들다는 이유로 배움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자는 우리 문화요, 언어의 매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고 한자 어휘의 90%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동음이의어로 돼 있어 한글 한자를 함께 쓰면 높고 깊은 지식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자를 알고 한글을 쓰면 철자법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고 한자는 도덕성이 함양돼 있는 뜻글자여서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아이들의 학습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한자는 영어나 일어와 다른 우리말의 일부로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 위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최근 한자문화권의 국가들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기업, 대학, 정부기관이 한자능력검정시험 급수 중 취득자들에게 신입과 경력사원 채용 때 가산점부여, 대학 졸업 인증제, 대입 특별전형 등 많은 혜택을 부여하며 한자 실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자자격시험을 통한 입학, 편입, 취업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자시험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