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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기예보는 정확치 않나
왜 일기예보는 정확치 않나
  • 조성돈
  • 승인 2015.05.26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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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지난달 29일 ‘비는 안 오고 구름만 낀다’던 기상청 예보와 달리, 서울ㆍ경기 지역에 비가 내렸다. 예보를 믿고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한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기상청은 불과 몇 시간 뒤의 상황조차 제대로 예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작년 국감에서 기상청의 호우특보가 3건 중 1건꼴로 오보라는 것도 밝혀졌는데, 연도별 호우 오보율은 2011년 이후로 24%, 26%, 28%, 31% 등 계속 늘고 있다 한다. 지난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0중 추돌사고 시에도 기상청의 안개특보 정확성이 문제 됐는데 예보의 3분의 2가 오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황사예보도 자주 틀리긴 마찬가지다. 기상청의 황사 예보는 두 번 중 한 번꼴로 틀린다. 최근 10년간 황사예보에 145억 원을 투입했지만 올해는 10년 전 황사예보 정확도인 56.5%보다 오히려 퇴보했다.

 기상예측이 자주 빗나가는 일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올해 2월이었던가, 미국 국립기상청은 ‘최악의 눈폭풍 경보’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고 승용차 운행을 전면 통제했다. 뉴욕 등 미 동북부 지역에 사상 최악의 눈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예보가 나오면서 휴교와 사재기가 이어졌지만, 고작 15㎝ 정도의 눈만 내려 오보가 돼 버린 것이다. 예보관들은 트위터를 통해 줄줄이 자신들의 오보에 대해 사과했다.

 과학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데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왜 몇십 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일까. 단지 예보관의 부주의나 실수 때문일까.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생각으론 그것이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기상예보가 틀리는 것은 예보관의 실수로 보기 힘들다.

 기상예보가 불확실한 것은 기상정보에 대한 부족과 기상변화를 가져오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현재의 과학으로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기상청은 고공비행기ㆍ레이더ㆍ인공위성 등 최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상예보는 무당이 점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기상에 민감한 어촌 노인들의 예감이 적중할 때가 더 많다.

 우리는 기상변화를 일으키는 물리적 원리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근거해 과거의 기상 변화들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의 날씨는 정확히 예보할 수 없다. 현재의 기상상태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들의 복잡하고 세밀한 상호작용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기상예보는 언제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뉴턴의 운동법칙대로라면 물체는 위치와 질량, 그리고 거기에 작용하는 힘을 알면 그 운동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뉴턴의 법칙대로 움직이는 것은 없다.

 미국의 유명한 기상학자 로렌츠는 12개의 방정식으로 이뤄진 모형체계를 고안해 기상예보에 활용했는데 어느 날 초기의 입력 값에 지극히 미미한 차이를 줘봤다. 전체 값에 비교하면 무시해도 좋을 만치 작은 값에 불과했지만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나타났다. 서울에서의 나비 한 마리 날갯짓이 시카고에서 폭풍을 몰고 온다는 소위 ‘나비효과’ 즉 ‘초기조건의 민감성’의 문제다. 지금은 12개의 방정식이 아니라 100개가 넘는 방정식이 동원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확성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자연현상의 복잡성, 즉 자연계가 보여주는 카오스는 현재의 과학으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초기조건의 민감성’은 날씨에서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모든 현상, 나아가 사회현상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됐고 ‘카오스’이론이라는 게 나타났다.

 정확한 기상예측이 불가능한 이유는 대부분의 질병에서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이유와 동일하다. 질병에 기여한 ‘초기조건’들을 의학적으로 추적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무엇이 ‘초기’조건인지조차 우리는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 그것은 나뭇잎이 가지에서 떨어질 때 매 순간마다 나뭇잎이 어떤 경로를 통해 지면에 도달할 것인가를 추적하는 것처럼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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