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0:37 (일)
보좌관제 앞서 도의원 자질 향상 먼저
보좌관제 앞서 도의원 자질 향상 먼저
  • 박춘국
  • 승인 2015.04.29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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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수년간 논란을 이어왔던 광역의원(시ㆍ도의원)유급보좌관제가 시행을 놓고 정치권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국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8일 시ㆍ도 의원에게 입법 보좌 인력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 3법’ 개정안들을 전격 심의ㆍ의결했다.

 개정안 의결에 대해 언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하루만인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 최고위원들은 “말이 안 되는 법안”이라며 법안의 본회의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ㆍ의결한 개정안을 하루 만에 집권여당에서 제동을 거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개정안은 시ㆍ도교육청이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어린이집 예산 편성에 필요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재정법 등과 함께 일괄 의결한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문제를 가지고 광역의원 보좌관제와 거래를 하려고 한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개정안이 예정대로 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6월 1일부터 시ㆍ도의원들은 ‘7급 상당의 인턴직’으로 정책 지원 전문인력 1명씩을 둘 수 있다. 구체적인 인력ㆍ예산 운용 방안 등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고 2년간의 시범 실시 기간을 갖고 수정ㆍ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 낭비에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 인력 1인당 월 급여는 180만 원. 전국 광역의원 정원은 현재 794명. 연간 172억 원씩, 민선 7대 임기가 끝나는 2018년 6월 말까지 2년 1개월간 약 358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시ㆍ군ㆍ구의원들과 형평성 논란은 물론 친척, 측근 등에게 ‘국고로 돈을 주는’ 경우까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모럴해저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경기도 의회가 강행 처리한 유급보좌관 관련 조례를 ‘무효’라고 판결한 대법원의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논란의 크기만큼 광역의원 보좌관제는 당분간 시끄럽게 생겼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원은 유급제로 전환되면서, 5천~7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초 약속한 겸직제한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례안 발의나 예ㆍ결산 심사 등에 필요한 인력은 지방의회 사무국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시ㆍ도의회 안팎의 지적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광역의원 보좌관들의 급여를 국고지원 없이 지방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살림을 지키고 도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청한 도의원들에게 보좌관이 달리는 일은 심부름꾼 밑에 심부름꾼 하나를 더 두는 일이다.

 지방의원들이 시ㆍ군ㆍ구민의 심부름꾼이기보다는 자신에게 공천을 준 국회의원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지방의원 보좌관제는 국회의원에게 세금 받고 일할 심부름꾼 하나를 더 두게 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살림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아야 한다. 그러나 전문성은 보좌관이 아닌 의원 본인이 갖춰야 할 역량이다. 시골 의원님이 보좌관이 있어야 일을 더 잘할 수밖에 없다면 자격 미달이다.

 광역의원 보좌관제는 국민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고 상식으로 비춰봐도 부당한 점들이 많다. 일단 도의원들을 선출하는 주민들과 여론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어 임기 중에 시행하는 불합리성이다. 현 광역의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부터 제도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다. 특히 재정문제로 무상급식을 중단하는 경남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말 타니 종부리고 싶다’는 옛 속담이 있다. 지방의원 보좌관제 도입보다는 우수한 인재가 지방의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즉 도의원의 자질을 끌어 올릴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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