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이 그 사실과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전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사실(fact)과 가치(value)는 다른 것이다. 사실은 변하지 않는 본질이고 가치는 그 사실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의 차이에서 오는 변화된 결과이다. 이렇다 보니 똑같은 사안이라도 가치부여에 따라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유혹과 탐욕이 개입되면 사실은 어디로 가고 없고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하고 싶은 내용을 전하게 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그 사이의 간격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오해가 생기게 되고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올바른 가치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생활 18년 동안 많은 저술활동도 했지만 특히 큰아들 학연에게 편지를 통해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그 중심내용은 세상의 유혹을 좇기보다는 옳은 길로 가라고 가르친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옳고 그름, 즉 시비(是非)를 따지는 일이고, 또 하나는 이로움과 해로움, 즉 이해(利害)를 따지는 기준이다”. 편지에서 정약용은 이러한 두 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의사결정의 4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첫째 등급이고, 옳은 것을 지켜서 해로움을 당하는 것이 그 아래 등급이고, 또 나쁜 것을 좇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아래 등급이고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 것을 좇아서 해로움을 당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결론적으로 잠시의 이익을 위해서 옳지 못한 일을 따르는 것은 결국 해로움을 당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힘들어 보이지만 옳은 길을 향해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결국 이익을 얻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옳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정직함과 상식에 입각한 수단과 방법의 정당함 속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다. 주변에 나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나의 가치와 목적에 따른 행동의 결과로 다시 되돌려 받는 것이다. 세상의 유혹을 물리치고 사회적 사랑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갈 의인 한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모두가 의인이 될 수는 없지만 정의(正義)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각오로 나 자신부터가 의인으로 거듭난다면 다산선생의 가르침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유혹은 탐욕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끄는 것이다. 나의 마음 나의 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성경 시편 말씀처럼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나니” 이기적인 유혹과 정의롭지 못한 탐욕으로 가득한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