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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이슈 경남發 무상급식 논쟁 끝이 안 보인다
전국 이슈 경남發 무상급식 논쟁 끝이 안 보인다
  • 경남매일
  • 승인 2015.04.0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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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은 교육이라고 주장 & 무상급식보다는 진정한 복지 실현
 경남매일은 창간 16주년을 맞아 경남에서 전국 최초로 2007년 도입된 경남 학교 무상급식의 중단 기로에서 ‘무상급식’을 지속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을 지면에 반영했다. 학교 무상급식은 거창군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 전국에 확산돼 전국 17개 시ㆍ도에서 시행 중이다. 경남은 지난해까지 도내 18개 시ㆍ군 전 초등학교, 군 지역 초ㆍ중 고등학교 등 28만 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해 왔으나 올해 경남도와 시ㆍ군의 예산이 끊겨 중단 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대해 무상급식은 교육이라고 주장하는 측과 무상급식보다는 선별적 복지로 한정된 재원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진정한 복지를 실현하자고 주장하는 측의 의견을 싣는다. <편집자 주>

▲ 박종욱 대표
[찬성]

눈칫밥 먹는 학교여선 안 된다
가난한 집 아이들 부모도 세금은 다 내고 있어

 도시락을 싸가지 못한 그는 점심시간이면 우물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고 학교 뒷산에 늘 올라갔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교실로 들어오면 반찬 냄새와 밥 냄새 때문에 배고픔의 고통이 더 심했다. 같은 학년 여학생이 내어놓은 감자와 고구마는 아침밥 먹은 것이 탈이 났다고 둘러대고 먹지 않았다. 허기진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보리밥과 쉬어 빠진 김치 쪼가리, 간장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유명한 검사가 되었다. 정치에 입문해 수차례 국회의원을 지냈고, 거대 정당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 경상남도지사다. 압도적 지지로 당선돼 연임 중이다. 대단한 일이다. 그가 살아낸 삶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삶이 아니다. 그와는 전혀 다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도 그의 성공을 향한 인내와 의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공을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여기는 듯하다. 일리 있다. 그가 극복한 가난이 온전히 그의 몫이었듯 그가 이뤄낸 성공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그래서 그의 성공에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없다. 그가 성공을 향해 분투하는 동안-특히 배를 곯으며 학교를 다니는 동안-세상은 그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주지 않았다. 친구가 내미는 감자와 고구마 앞에서도 자신의 가난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가 한창 배가 고프던 시절에 그가 없애버린 무상급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학창시절 무상급식의 가치를 배우지 못했다. 무상급식은커녕 점심시간 물로 배를 채우는 것조차 친구가 알게 해서는 안 됐던 시절에 무상급식이 있었다면? 비록 집에서는 여전히 보리밥과 쉬어 빠진 김치 쪼가리, 간장만으로 밥을 먹었겠지만 학교에서는 부잣집 아이들과 함께 평등한 밥을 당당히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동안엔 뼈아픈 가난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절에도 무상급식이 있었다면, 그가 놀라운 성취를 이루는 동안 세상이 적어도 하루 한 끼의 따뜻한 밥을 그가 마음 편히 먹을 수 있게 해 줬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그가 이뤄낸 놀라운 성취에도 세상에 대한 밥 한 끼만큼의 따뜻한 빚이 있음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는 이제 더이상 가난하지 않다. 우물가에서 물로 배를 채울 일도 없고, 친구가 건네는 감자와 고구마를 거절할 일도 없다.

 홍 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눈칫밥도 없어 물로 배를 채우며 학교를 다녔으니 그에게 학교는 정말 공부만 하는 곳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칫밥을 먹어가며 공부하는 곳이 학교여서는 안 된다. 그가 배를 곯던 시절 무상급식만 있었다면 그에게도 학교에서 먹는 밥은 정말 소중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상급식, 공짜 밥 아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 부모님들도 세금 다 내신다. 혹 그 세금이 밥값으로 부족하다면 무상급식으로 자란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세금으로 무상급식 밥값은 충분히 더 낼 것이다. 급식도 교육임을, 무상급식에도 교육적 가치가 있는 것임을 무상급식을 중단시킨 그의 삶과 말이 절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 진영욱 교사
[반대]

무차별 지원은 교육 질 떨어뜨려

감성적 대응은 버리고 이성적 판단 해야 할 때

 4월 2일, 지리산 자락의 산골 마을 아이들이 창원 도심으로 소풍을 왔다. 학교에는 소풍을 간다고 하고 손에는 무상급식 관련 기자회견문과 피켓과 식판을 들고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거리행진을 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등장인물(부모ㆍ 교사)도 보인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모습을 모방하는 학습의 효과인지 다른 사람의 학습 주입으로 연기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의 세계가 있다. 국문 표기법에 맞지 않아도 그들만의 생각과 언어가 있고 소통방식이 있으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이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세상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무상급식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아이들의 표현을 자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어른 몫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소풍을 허락한 학교나 기자회견의 멍석을 펴 준 교육청의 결정에 이해할 수 없어 혀를 차는 것이 주위의 여론이다.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섣부른 학습이 돼 있는 아이들이 무상급식과 정치적 이념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방패로 내세워져 있다.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대표적 국가는 북유럽 3개국으로 자기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국가가 개인의 교육ㆍ급식ㆍ의료 문제를 대신해 살림을 살아주는 사회주의적 무상복지체제이다. 소득수준도 우리보다 3배 이상 높고 빈부격차도 거의 없으며 무상복지 재원도 충분해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도 국민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재정여건도 고려하지 않고 무상 포퓰리즘 광풍에 휩싸여 선거에 나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다.

 지난 20년간 학생 수는 88만 명에서 64만 명으로 30% 감소한 반면 정부에서 지방교육재정에 지원한 예산은 7조 원에서 41조 원으로 6배 증가했다.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학교급식 예산은 2010년 5천631억 원에서 2014년 2조 6천239억 원으로 무려 5배 급증한 반면 교육환경개선사업은 1조 6천419억 원에서 8천830억 원으로 약 50% 감소했다.

 국민들도 과거와 달리 인식이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 대학에서 조사한 여론 조사 결과 75.8%가 선별급식에 대해 찬성했다. 부자들에게도 복지재원이 평등하게 배분된다면 국가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연말 도의회는 도교육청에서 제출한 무상급식 예산 1천125억 원에 대해 단돈 1원도 삭감하지 않고 원안대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인된 원안에는 도교육청에서 과다 편성된 인건비 등 불요불급한 세출예산을 줄이고 매년 발생하는 불용예산 1천300여억 원 등의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무상급식 중단은 교육감이 감사를 거부하며 촉발됐고 또한 무상급식 예산이 삭감된 추경예산안을 제출하며 무상급식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럼에도 교육감은 도의회와 도청을 핑계 삼아 솥을 내건 학교 급식현장을 방문하고 눈물을 보이며 학부모를 자극하고 교육의 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비이성적 행동을 하고 있다.

 무상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 재정 파탄 보다는 한정된 재원 내에서 재원배분을 통한 실질적 도움을 주는 진정한 복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무상급식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회원들이 여의도 새누리 당사 앞에서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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