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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속 큰 뜻 이루는 동반자 될 것”
“어려움 속 큰 뜻 이루는 동반자 될 것”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5.04.08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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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장학회 설립 2년 김해건설공고 총동문회 운영
▲ 매화장학회가 2년 가까이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장학회가 되자는 취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김동겸(가운데)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총동문회장, 김종효(왼쪽 두 번째) 매화장학회 위원장, 조중현(오른쪽 세 번째) 매화장학회 사무국장 등 회원들이 앞으로 장학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1인 1계좌 1만원 이체 4천500만원 기금 마련 두 차례 학생에 장학금

 “사회와의 약속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죠.”

 김동겸(48)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총동문회장이 고심 끝에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어렵게 내뱉은 첫마디다.

 매화장학회 창립 회원이기도 한 그는 장학회의 운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꾸준함과 더불어 열정과 성실을 강조했다.

 김 회장의 철학이 통해서였을까. ‘이공계열의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환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매화장학회가 어느덧 2주년을 맞고 있다.

 6일 오전 11시 김해 시청 인근에 위치한 그의 건설설계 사무소에서 매화장학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매화장학회는 교내 매화길로 전국 사진사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의 총동문회에서 만든 장학회다.

 김해건설고는 1970년대 말 ‘기술인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특수목적고등학교다.

 최근 김해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제조업체를 가진 도시로 성장했지만 기술 계열 특목고는 여전히 김해건설고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김해건설고 총동문회는 지난 2013년 1월 이사회를 열고 ‘이공계열의 활성화와 지역사회에 환원’을 목적으로 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총동문회는 모교 후배들뿐만 아니라 이공계열을 진학하는 지역 중ㆍ고등학생, 그리고 재학 중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장학회를 만든 것이다.

 같은 해 6월 김종효(54) 동문이 위원장을, 조중현(49) 동문이 사무국장을 맡으며 운영위원회를 구성한 장학회는 기금 조성과 각종 사업을 계획,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장학회를 만들어 그 이익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김 회장은 지금처럼 매화장학회가 자리 잡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며 설립 초반 기금을 조성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 당시 김 회장은 장학회를 넘어 장학재단을 설립할 수도 있다는 설렘과 기금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었다고 했다.

 기금 조성에 어려움을 겪던 김 회장은 추진위원회 구성 당시 스스로 내놓은 종잣돈 500만 원과 장학회 설립 취지를 내세워 총동문회 28개 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총동문회 단체들은 기꺼이 장학회의 뜻을 받들어 십시일반 출자해 적극적으로 장학회에 참여했다.

 특히 김해건설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하고 나중에는 사회로 환원한다는 장학회의 취지를 높이 산 탓인지 김해시민들의 출자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그는 “한 사람이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것도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소시민 1인이 1계좌를 갖고 매달 1만 원씩 자동이체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뒷면에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시민들에게 협조를 구했고 흔쾌히 동참해줬다”고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현재 김 회장 등 회원들의 노력으로 약 50여 계좌가 만들어졌고 모교 동문 단체와 동기회에서 매년 일정한 기금을 출연한 덕분에 4천500여만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그간 무작정 기금을 모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3년 7월과 2014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1천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김해 등 도내 중ㆍ고등학생들에게 지급했다.

 장학재단을 설립하려면 1억 원 이상의 출자금이 필요하기에 기금조성이 우선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임원회도 이를 두고 고민을 많았다고 한다. 재단을 설립해야 기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기부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을 빨리 설립하고 기금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 더 많은 사람들이 출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도내 곳곳에는 시급히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다수 있었고 장학회는 긴 논의 끝에 기금조성도 중요하지만 당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쓸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합의해 지출을 결정했다.

 “작지만 문화사업도 하고 있어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김 회장은 장학회가 설립되고 구상한 첫 번째 사업이 문화사업이었다.

 그는 후원회장으로 있는 문인화가 목천 김상옥 선생의 전시회를 계획했고 이 작가에게 재능기부를 권유해 지난해 4월 12일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당시 동문회 등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준 덕에 무사히 전시회를 열 수 있었고 김해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전시 작품이 팔리는 등 성과도 상당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속적으로 영위가능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모교 이전 문제 속에서도 장학회는 꼭 지켜나갈 예정입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총동문회는 지난 10년간 모교 이전 문제를 두고 동문들과 재학생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표현하지 못할 고통과 손해를 겪었다.

 지역동문회와 직능동문회 그리고 여타 동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교육청 등과 여러차례 협의 시도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총동문회는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열정으로 장학회를 시작했고 장학회는 그 뜻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아직도 성장 중이다.

 김 회장은 “여러 단체가 만들어지고 운영되지만 이해관계에 얽혀 많은 파열음을 내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며 “총동문회는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장학회를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재단 설립 이전이라 기금 운영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지만 말보다는 앞으로의 행보 속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진지함을 유지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 회장의 모습은 장학회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민들과 함께하자는 취지를 이어가고 있는 매화장학회. 시작은 작았지만 큰 뜻을 따라 언젠가는 매화꽃을 활짝 펼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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