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9:40 (금)
봉황대의 향기
봉황대의 향기
  • 김은아
  • 승인 2015.04.06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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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강의실로 오르는 한 계단 한 계단이 걱정으로 채워진다. 매주 4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힘들어하실 어르신들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1층에 강의실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프로그램 한 시간 전 강의실에 도착해 개강식 준비를 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다.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하실까? 개강식이 다가올수록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계가 2시를 가리킬 쯤 걱정과는 달리 많은 어르신들이 강의실에 들어오셨다.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며 “봉황대의 향기” 첫 수업 개강식을 시작했다.

 작년에 회관에서는 처음으로 생림 망천마을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마을해설사 양성 교육인 ‘바래내 마을이야기’를 진행했다. 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지나온 삶의 기억을 담아내며, 수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교육 사업이었다. 수료식에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어르신들이 직접 마을을 소개하고 안내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회현동에서 더 나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많은 준비를 했다.

 회현동은 가야의 왕궁터와 수로왕릉이 있는 지역이며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한 곳으로 예전에는 가장 번성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도시계획에 의해 김해의 번화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마을은 급격히 쇠퇴했다. 108년의 역사를 가진 합성초등학교는 무료급식아동이 가장 많은 학교로 변화돼갈 정도로 마을이 위축되고 슬럼화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회관에서는 아직 문화유적과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김해지역의 원도심인 이 마을 어르신들의 생생한 경험을 지역문화자원으로 담아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게 됐다. 더 나아가 마을해설사 양성을 통해 어르신들의 적극적 사회참여를 유도해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시켜 보람 있는 노년의 사회참여자로 양성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간단한 개강식을 끝나고 어르신들의 자기소개로 첫 수업이 진행됐다. 처음으로 앞에 나서는 분들이기에 말의 두서가 없고 간혹 떨기도 하셨지만 그 모습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서로 ‘먼저 하라’ 미루는 승강이는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했다. 60대부터 80대 어르신들, 이곳에서 태어나서 평생 사신 분도 계시고 이사를 오신 분들도 계셨다. 우리는 이제 그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교육 사업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회현동장님의 도움으로 마을 통장단 회의 때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기회를 가졌다. 강의 장소를 제공해 주신 새마을금고 이사장님은 회원 확보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특히 이사장님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일일이 인사를 시켜 주셨다.

 그리고 개강식에 민홍철 국회의원님은 축전을 보내주셨고 민의원님 사모님, 옥영숙 시의원님, 배병돌 시의원님, 김형수 시의원님, 여성아동과 과장님, 문화예술과 계장님이 참석해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함께 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32주간 수업의 첫 장이 열렸다. 이 수업을 통해 우리는 역사서와는 다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마을의 역사로 만들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작게는 개인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고, 크게는 지역의 역사, 나라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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