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3:46 (토)
소설 ‘싸드’가 인기 끄는 이유
소설 ‘싸드’가 인기 끄는 이유
  • 박태홍
  • 승인 2015.03.30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태홍 본사 회장
  김진명의 장편소설 싸드(THAAD)가 한국 출판계를 강타했다. 싸드는 2014년 8월 15일 초판 1쇄 발행을 시작으로 2014년 12월 19일까지 12쇄 발행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싸드라는 장편소설이 4개월 동안 12쇄 발행까지 하는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에는 현재의 한국 정치판과 국민 정서를 뒤흔들고 있는 싸드의 한국 배치 문제에 따른 논쟁점이 대두되면서부터다. 싸드 배치는 국방문제인 만큼 국가의 명운과 국민의 생사가 달려있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리라.

 사드(싸드)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말한다. 미국은 한국의 싸드 배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진명이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그려낸 싸드는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로서의 진기록을 수립하게 될 것 같다. 싸드는 김진명이라는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와 소설의 첫머리와 끝맺음의 구성 자체도 크게 뛰어난 현실을 직시한 소설로 평가되고 있다.

 픽션이란 실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가공적인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나 김진명 작가가 펴낸 싸드는 현실을 주 무대로 한 줄거리를 전개한 것과 책 중간중간에 ‘태프트 리포트’란 부제 아래 살아 있는 실존 인물들의 정치적 얘기를 삽입한 것이 베스트셀러가 된 주요 원인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태프트 리포트에 등장하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안철수 의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으로 이 또한 전직 검찰총장을 비롯 여ㆍ야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구색까지 갖췄다. 이들 6명은 우리나라 리더그룹에 속하는 인물들로 갖가지 정치적ㆍ개인적 사연을 간직하고 있어 싸드의 흥미를 더욱 유발 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사실적 표현을 전체적 소설 구성의 부분 부분에 삽입시켜 픽션의 소설 얘기를 논픽션화한 느낌이 들도록 한 솜씨가 돋보이는 김진명 작가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작품임을 느끼게 했다.

 싸드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3년 동안 취직도 개업도 못한 별 볼 일 없는 신참 변호사 최어민에게 우연찮게 개업과 함께 일이 주어진다. 그 일이란 요양원에 있는 노모를 보살펴달라는 요상한 조건의 첫수임이었다. 그 일을 맡긴 사람은 세계적으로 달러 연구에 권위가 있는 세계은행연구원 리처드 김(본명 김철수).

 리처드 김은 최어민 변호사에게 어머니의 보살핌을 부탁하고 미국으로 떠난 직후 피살당한다. 이것이 계기가 돼 신참 변호사 최어민은 리처드 김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미국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의혹들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한마디로 말하면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는 줄거리와 또는 사실일 수도 있는 얘기들이 현실과 허구를 넘나든다. 박근혜ㆍ오바마ㆍ시진핑 등과 함께 한국인으로 세계은행 총재가 된 김용 총재의 이름도 소설 한 부분에 묘사돼 더욱더 리얼하게 읽혀지기도 했다.

 소설 첫머리에는 C-130 허큘리스라고 명명되는 군용 수송기가 등장한다. 이 군용 수송기는 대규모 군사 작전 시 필요한 미국 최대의 수송기다. 탑재 능력도 각종 화기와 미사일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완전 무장병력 60여 명을 싣고 공중 급유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3명의 민간인 복장의 정체불명의 사나이들만 이 수송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오는 급박함을 서술하고 있다. 이는 이 소설이 주는 서스펜스일 수도 있지만 김진명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예지력과 통찰력이 총동원된 작품이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세계정세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 역시 작가의 지적 자산 아닌가?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강대국들의 자국 방어에 따른 물밑 작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소설이기도 했다.

 올바른 변호사가 아닌 어리숭한 최어민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한 사람의 죽음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얻어진 갖가지 정보들을 국내 정세에 접목시킨 것 또한 이 소설의 테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결론은 최어민 변호사가 미국 내에서 종횡무진으로 얻어낸 갖가지 의혹의 정보들을 간추린 것이다.

 책 말미 미국에서 돌아온 최어민 변호사는 광화문 거리에서 반쯤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지나는 행인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댄다.

 “싸드를 조심해야 합니다”, “싸드는 전쟁입니다”라는 알 듯 모를듯한 힘 없는 목소리가 허공을 가를 뿐 행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때 최 변호사의 어깨 옆으로 “최어민을 지지합니다”라는 피켓 하나가 떠오른다. 피켓을 든 사람은 변호사 사무실을 며칠간 함께 쓴 천안문 봉기자의 딸 홍미진 변호사였다.

 이 또한 이 소설의 함축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어서 독자들의 뇌리에 남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대한민국은 자주독립 국가임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더불어 싸드는 싸드 배치에 따른 즉 받으면 중국을 잃고 안 받으면 미국을 잃는 이분법적 논리는 그들 상호관계의 입장이지만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현실을 직시한 유익한 소설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