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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의 신선한 힘
숯의 신선한 힘
  • 정창훈
  • 승인 2015.03.08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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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봄이 천지를 녹이고 있다. 대청계곡 참숯가마에서 피어나는 연기꽃도 아지랑이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길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참나무들이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반복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참향을 느끼게 한다. 그곳에 가면 숯에 관한 모든 것을 생생히 볼 수 있다. 900℃~1천400℃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에서 까무러쳤다가 다시 불로 사용되는 숯에게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본다.

 숯은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용한 때부터 생겼을 것이다. 기록을 보면 인간은 약 6천년 전부터 숯을 사용했다고 한다. 석기시대를 지나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로 접어들면서 야금기술에는 숯이 큰 역할을 하게 됐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천600년 전부터 숯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숯의 쓰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흥미롭다. 신라의 수도 경주는 기와집이 밀집해 있으므로 연기에 의한 검정을 피하기 위해서 민가마다 숯으로 음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숯 하면 참나무와 같이 단단한 목질을 재료로 하는데, 우리의 전통방식은 축요제탄법이라고 해 마치 도자기를 굽는 것처럼 가마를 만들고 그 안에 참나무를 넣은 다음 강한 불을 때면 숯의 재료에는 고열만 공급되고 연소요건이 되는 산소공급을 차단하면 약 일주일 후에는 목질 속의 가연성 이물질이 모두 탄화돼 검게 된다.

 천년이 넘은 그 시절 경주 석굴암의 벽면에도 이미 숯을 넣어 뒀고 그 유명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보관 건물 지하에도 역시 숯을 채웠다 하지 않는가. 내부표면 흡착력이 부패를 방지하고 결로를 방지하기 때문이란다. 우리 조상들은 숯에서 발생한 전자장이 공기정화와 습도 조절 그리고 수맥까지 차단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았기 때문에 오늘날 팔만대장경이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네 조상들은 어찌 알고 생활 곳곳에 이리 활용하고 있었을까.

 숯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장 담그는 날이다. 어머니는 간장 위에 숯과 붉은 고추를 띄우셨다. 누구 집 대문에 금줄이 내 걸리면 “아이를 낳았구나”하시면서 방문하는 것을 삼가도록 했다. 바로 그 금줄에 매단 것도 숯과 고추ㆍ생솔가지 등이었다.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부정을 타지 말라’고 금줄을 매는 것이라 했다. 그저 단순히 민속신앙에서 기인한 속설이려니 여겨왔던 게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숯의 주요 효능은 첫째, 공기정화를 한다. 참숯은 안 좋은 냄새를 잡아주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나 노폐물을 걸러주는 효능이 있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때문에 요즘 집에서는 숯으로 공기 정화도 하고 장식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숯을 냉장고에도 넣어 두는데, 이렇게 하면 냉장고의 잡냄새를 없애 줄 뿐만 아니라 야채나 과일의 신선함을 유지시켜 준다.

 둘째, 가습기 기능을 한다. 참숯의 조그마한 구멍들은 습도를 조절하는데 용이한 구조로 집안 습도가 낮으면 가습기 역할을 해주고 높으면 제습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집안에 숯을 두면 습도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다.

 셋째,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전자기기 근처에 숯을 두면 전자파를 차단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넷째, 음이온을 발산한다. 공기 중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에너지원으로 집안 곳곳에 참숯을 놓아두면 컨디션 향상과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섯째, 참숯을 담가 놓은 물에 10분가량 야채나 과일을 담가 놓으면 겉면에 붙은 농약성분이 없어지고 물을 끓일 때 같이 넣고 끓이거나 물병에 하루 정도 넣어주면 물맛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밖에 사용한 참숯은 버리지 말고 잘게 잘라 화분에 넣어주면 식물들이 쑥쑥 자라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섯째, 새집증후군을 예방한다. 숯은 새집증후군의원인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데 좋을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촉진, 공기정화, 제습, 항균작용 등 많은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집에 두면 새집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온통 전자파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에게 신선한 힘인 숯은 산소와 생명의 빛이고 보석이다. 숯의 효능과 그 귀함은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님을 헤아려 본다. 수많은 기공 속에 숨겨진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문명의 이기로 휘젓는 전자파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성에 쌓여가는 부패와 불의, 욕심까지 녹여내 주었으면 좋겠다. 겉과 속이 다른 마음으로 딴청 떠는 사람의 세계보다 속속들이 한결같은 까만 숯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숯으로 피운 모닥불은 되지 못한 연기를 내뿜지 않는다. 한 송이 꽃 인양 아름다운 불꽃이 피어난다. 자연과 가장 닮은 그대로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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