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와 골든타임
불법주차와 골든타임
  • 오종민
  • 승인 2015.01.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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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종민 밀양경찰서 경무계 경사
 일본에는 차를 타지 않을 때, 주차해놓을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차량소유 자체를 처음부터 허가하지 않는다. 차를 구매하기 이전에 자동차 보관장소를 증명 관할 경찰서에서 허가증을 받는 단계부터 먼저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주택 한켠에 1~2대용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상가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길거리나 골목길에 불법 주차차량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골목길마다 2중이나 3중으로 주차돼 있는 차량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0일 주민 4명이 숨지고 126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때도 아파트 입구 양쪽에 불법 주차된 20여 대 차량들로 소방차 현장진입이 10여 분 늦어지는 바람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긴급상황에서 불법주정차 차량들을 끌어낼 장비나 인력도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각 지역본부가 보유한 소수의 견인차가 전역을 담당하다 보니 견인차가 소방차와 함께 출동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주 큰 화재가 나면 같이 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견인차가 멀리서 오는 경우가 많아 초기대응엔 무용하다는 의견도 들린다. 친한 소방관들 말로는 불법주차 차량이 많은 골목길은 아예 막힌 길로 가정하고 도로를 우회한다고 한다.

 대조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1일에는 7번 국도 유강터널 부근에서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포항 남부소방서 소방 지휘차가 좁은 터널에서 정체된 차량에 막히자 터널 안에 있던 차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길을 터주는 일명 ‘모세의 기적’을 연출해 국민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줬다.

 포항 유강터널 ‘모세의 기적’은 소방차량이 2.8㎞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으며 현장까지 최단시간에 도착해 소중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에 따르면 2014년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은 1천600구간이고 주거지역이 60%인 968구간으로 가장 많다고 한다. 심지어 소방차 전용 주차 공간으로 표시돼 있는 곳조차 주차된 차량으로 막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화재발생 5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5분 이내에 도착해 진화를 시작하지 못하면 불길의 크기는 10배씩이나 커진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확산되고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불법 주ㆍ정차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소방차 통행을 막는 상습 불법 주ㆍ정차 구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과태료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동일 수준인 승용차 8만 원, 승합차 9만 원으로 물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근본적 대책이 될수는 없다.

 종종 언론을 통해 불법 주차라든지 이중 주차한 차량을 보며 손가락질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편리를 찾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내 주변에 불이 난다면, 소방차가 들어와서 제때 불을 끌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나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불법 주차에 대한 과태료를 발부한다고 하지만 그 처벌이 미미한 것이 현실이고 이것은 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나와 내 가족, 나아가 내 주변 모두를 위해 조금씩 양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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